중국 내 민족갈등의 ‘휴화산’으로 꼽히는 티베트인 집단거주지에서 잇따라 당국과의 마찰이 불거지고 있다. 아직 대규모 충돌로까지 번지지는 않고 있지만 휘발성이 큰 종교ㆍ신앙 문제가 표면화하는 상황이라 중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간쑤(甘肅)성 간난(甘南)티베트자치주 샤허(夏河)현에서는 지난달 31일부터 닷새간 현지 주민들이 성산(聖山)을 훼손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현지 8개 부족이 성산으로 숭배하는 아미궁훙선산(阿米共哄神山)에서 현지정부의 묵인하에 불법적으로 금광채굴이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한 반발이었다. 주민들은 가두행진을 벌이거나 지방정부청사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당국은 초강경대응으로 일관했다. 준군사조직인 무장경찰을 포함한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했고, 시위 진압 과정에서 무차별 폭행이 자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병력은 시위대 해산 이후에도 인근에 주둔하고 있다. 현지 당국은 주민들에게 배포한 통지문에서 “일부 악의적인 인사들이 외국의 반(反)중국 세력과 공모해 성산과 환경보호를 명목으로 대중을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쓰촨(四川)성 간쯔(甘孜)티베트자치주 서다(色達)현에서는 당국이 세계 최대의 티베트 불교학원인 라룽우밍(喇榮五明) 사원에서 수행하는 승려의 수를 오는 9월까지 5,000명 이하로 줄일 것을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티베트 고승 켄포 직메 푼촉이 문화대혁명 이후인 1980년에 세운 이 사원은 한때 3만7,000여명의 수행 승려들이 몰려들었을 만큼 티베트인들에겐 성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그러나 당국은 이곳을 티베트족 집단거주지에서 발생한 반중 시위의 배후로 판단, 지속적인 감시ㆍ통제를 실시해왔다. 2001년 승려들의 거처인 쪽방 1,000여개를 철거하고 사원에 경찰을 상주시킨 바 있고, 2005년부터는 소방차량 통과와 도로 건설 명목으로 사원 확장을 억제해왔다. 지난해에도 각종 규제조항을 들어 1,000여명의 승려를 돌려보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티베트 불교 사원은 예전부터 분리ㆍ독립운동에서 중심역할을 해왔다”면서 “불교사원 축소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관심을 표명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걸 보면 중국 정부가 티베트자치주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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