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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놈 참 맛있게 생겼네” 반려견과 산책할 때 듣기 괴로운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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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놈 참 맛있게 생겼네” 반려견과 산책할 때 듣기 괴로운 말들

입력
2016.06.0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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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들은 산책할 때 만나는 행인들의 무심한 언행으로 상처 입는 경우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려인들은 산책할 때 만나는 행인들의 무심한 언행으로 상처 입는 경우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몰티즈와 요크셔테리어 두 마리를 키우는 서수진씨는 반려견과 산책을 나갈 때 스트레스를 받는 게 있다. 워낙 작고 귀여운 강아지들이다 보니 유독 만져보려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만만해 보여서인지 개들에게 소리지르며 위협하거나 심지어 돌을 던지는 아이들도 있었다. 서씨는 “아이들이 지나가는 개를 마구 만지려고 하거나 위협해도 부모들은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기까지 해서 놀랬다”며 “안전을 고려해서라도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 개를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된다는 교육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처럼 반려견과 산책할 때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에 반려인들이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에 착안해 동물 페이스북 페이지 동그람이가 최근‘반려견과 산책 시 괴로웠던 말과 행동’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203명이 욕설이나 위협, 외모나 크기 지적, 품종 비하 등을 대표적 민폐 행동으로 꼽았다.

“개XX를 왜 밖에 데리고 나와?”

‘산책 시 괴로운 이유’로 꼽은 가장 많은 답변은 산책 중 욕설을 듣거나 위협을 당한다는 것이다. 이유도 없이 반려견에게 막말을 퍼붓거나 위협하는가 하면 발로 차는 경우도 있었다.

“전화 하느라 정신이 팔려 옆에도 보지 않던 분이 반려견 옆으로 오더니 ‘개xx를 길바닥에 끌고 나오냐’며 반려견을 발로 차려고 한 적이 있다.”(이루리)

“지나가던 사람이 갑자기 반려견 금동이를 보더니 ‘개는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짖지 말아야 한다’며 소리치고 박수를 치며 위협했다. 금동이가 결국 짖자 개가 짖으니 문제가 있다. 훈련을 똑바로 시키라며 핀잔을 줬다.”(고은혜)

“반려견이 사람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낯선 사람도 반가워하고 좋아한다. 개를 무서워하는 기색이 보이면 목줄을 짧게 쥐고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애쓴다. 어느 순간 개가 반갑다고 한 사람에게 다가갔는데 갑자기 발로 차서 매우 당황한 적이 있었다.”(김현경)

“저렇게 생긴 개를 왜 키워?”

반려견에 대한 외모지적이 신경이 쓰인다는 반려인들도 많았다. 특정 신체부위가 이상하다며 지적하거나 너무 뚱뚱하다고 운동을 시키라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고 했다. 단모종을 키우는 반려인 최세리씨는 “징그럽게 털이 없다. 저렇게 무섭게 생긴 개를 왜 키우냐”는 얘기를 들었다. 이외에도 “개 머리가 왜 이렇게 크냐. 장애가 있는 것 아니냐”(페이스북 아이디 Mk KIM), “이제 4개월 된 7㎏ 강아지인데 얘, 비만이에요? 다리는 왜 이렇게 짧고 꼬리는 없네? 배는 나오고 임신했나?”(김지혜) 등의 답변도 있었다.

대형견은 몸집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하는 경우가 많다. 이계진 제공
대형견은 몸집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하는 경우가 많다. 이계진 제공

“개가 너무 크다”-대형견에 대한 편견

우리나라는 유독 대형견보다는 소형견을 선호한다. 때문에 대형견에 대한 정보는 더욱 부족한 상황. 대형견을 키우는 반려인들은 대형견에 대해 무조건 ‘사납다’거나 ‘사람을 공격할 것이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리트리버 종 키우는 김경숙씨는 “리트리버에게 입마개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물론 여자가 큰 개를 감당할 수 있겠냐며 저런 개는 데리고 나오지 말라”는 얘기에 속이 상했다. 김민주씨는 키우는 반려견이 대형견이라 몸집이 크다는 이유만으로“흉기나 다름 없다”, 민선씨는 “큰 개를 왜 데리고 나오냐. 개가 싼 똥은 꼭 치워라”등의 비난을 듣는다고 했다.

“이거 똥개 아니야?”

혼종견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품종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유독 많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워낙 소형 품종견을 선호하고 혼종견의 경우 집안이 아닌 마당에서 키워온 점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혼종견인 반려견 짱똘이를 키우는 서명희씨는 최근 집 근처 공원에 반려견과 산책을 나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머~이 개는 잡종이라서 팔지도 못하겠다”는 말이 상처가 됐다고 한다. 이소영씨는 “무슨 종이냐고 묻는 질문 자체가 불편하다”며 “종으로 등급을 나누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손희진씨도 “몰티즈 치고 크다. 몰티즈 맞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사람들이 너무 품종에만 연연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가서 만져 봐”

반려견이 다른 사람에게 귀여움을 받는 것이 불쾌한 반려인들은 없다. 하지만 허락 없이 아무 때나 반려견을 만지는 것은 자칫 위험한 상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개가 겁을 먹고 짖거나 사람을 무는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함에도 이를 방치하는 부모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윤희씨는 “반려견과 산책을 나가면 어린이들이 뛰어와서 멍멍이라며 달려드는 데 부모들은 멀리서 지켜보고 전혀 말릴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불쾌하다”고 했다.

“한 그릇도 안 나오게 생겼네”

개식용 농담 역시 산책 시 듣는 불쾌한 말 가운데 빼놓을 수 없다. 대형견을 보고는“맛있게 생겼다”, 소형견에는“한 그릇도 안 나오겠다”는 식이다. 김경열씨는 “술 취한 행인이 반려견을 불렀는데 다가가지 않자 ‘개소주 담가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경험을 소개했다. 페이스북 아이디 Gloria Bak은“길에 안주가 돌아다닌다”며 농담을 하는 아저씨 때문에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개 값에 대한 질문, 목줄을 착용했음에도 개를 보면 호들갑을 떨며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경우, 배변 봉투를 지참하고 있음에도 계속 배변 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반려인들이 산책 시 듣기 괴로운 언행으로 꼽혔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안유경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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