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전후 입지 발표
비박 핵심 모두 부산이 지역구
가덕도 탈락 땐 탈당 가능성
TK에는 친박 의원 몰려 있어
“인접한 밀양에 신공항” 의심도
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가 이달 25일 전후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공항 발(發)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벌써부터 무성하다. 신공항 입지가 경남 밀양이나 부산 가덕도 중 어느 한 쪽으로 결론이 나도 영남권이 두 동강 나는 경착륙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근거로 한다. 여권에서 신공항 입지 선정을 정책이 아닌 정치 사안으로 보는 이유다.
현재 신공항 입지 후보지 경쟁은 ‘TKK(대구ㆍ경북ㆍ경남) 대 P(부산)’의 구도다. 밀양은 행정구역상 경남이지만, 경북과 인접한 경계지역이다.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TK가 수혜를 누릴 수 있으니 TKK가 한 몸이 돼 밀양을 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다급하게 움직이는 쪽은 부산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8일 상경해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새누리당 부산시당위원장인 김세연 의원 등을 만났다. 명목은 ‘신공항 당정협의’지만 여론전의 성격이 강하다. 1주일 전엔 김해공항가덕이전시민추진단과 부산지역 의원들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면담하기도 했다.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아예 여의도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정치권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 정가에선 각종 추측과 의혹이 난무하고 있다. TK가 고향이자 정치적 지지기반인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 이후를 고려해 신공항을 밀양에 선사하리라는 ‘신공항 선물론’, 산이 많은 밀양에게 불리한 ‘고정 장애물’이 입지 타당성 조사 항목에서 빠져있다는 주장 등이다. 서 시장이 이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치적, 정무적으로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TK에선 “입지 타당성 조사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려 미리 자락을 깔아두는 것”이라며 눈을 흘기고 있다.
양측 모두 신공항 입지 선정을 ‘생존권 투쟁’으로 여기고 있지만, 정치권의 관심이 더 높은 쪽은 부산이 배제됐을 경우다. TK에는 친박계 의원들이 몰려 있어 혹여 가덕도로 결론 나더라도 박 대통령이나 현 정부에 등을 돌리는 수준까지 민심이 폭발하겠느냐는 이유에서다. 반면 부산에선 당장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원조 친박’인 서 시장은 이미 가덕도 유치에 시장직을 걸었다. 여권 관계자는 “가덕도에서 출마선언까지 한 서 시장이 당적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며 “부산의 새누리당 의원들도 탈당이 불가피한 상황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군인 김무성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김세연 의원 등 비박계 핵심 인사들이 모두 부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부산 지역구 18곳 중 5곳이 야당에 돌아가는 등 부산 민심에 균열이 생긴 것도 정계개편론을 부추기는 근거다. 김영춘 김해영 박재호 전재수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갈매기 5형제’로 불리며 신공항 유치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신공항 유치에 실패했다간 안 그래도 민심에 균열이 생긴 부산은 완전히 야도(野都)로 돌아설 것”이라며 “부산 출신 비박계 인사들이 중도 성향의 야권 인사들과 손을 잡는 정계개편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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