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젊은 민주주의는 고난과 위기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 지난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후세인 아바시(69) 튀니지노동총연맹(UGTT) 사무총장은 튀니지가 겪고 있는 민주주의와 경제 위기를 대화와 타협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지난달 14일 튀니지 수도 튀니스의 UGTT 본부에서 만난 그는 “재스민혁명은 계속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UGTT는 2011년 남부 소도시 시디부지드에서 일어난 시민 봉기를 혁명으로 확산시킨 ‘숨은 주역’이다. 또한 2013년 이슬람성향인 집권 엔나흐다(Ennahda)당과 세속주의 야권의 갈등이 격화되자 인권연맹, 변호사회 등을 ‘국민 4자대화기구(The Tunisian National Dialogue Quartet)’로 끌어 모아 평화적 중재를 이끌기도 했다. UGTT를 포함한 4자기구는 튀니지 분쟁을 조정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_재스민혁명 때는 어떤 역할을 했나?
“혁명 직전부터 튀니지 전역에서 노동ㆍ경제 상황을 조사했다. 시디부지드를 포함한 다수 지역이 저개발, 고실업, 가난 문제로 시름하고 있었다. 언제 봉기가 일어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상황이었다. 우리는 벤 알리 대통령에게도 조사 보고서를 전달했지만 정부는 UGTT가 반정부 활동을 하고 여기고 탄압했다. 하지만 우리는 조만간 봉기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었다. 실제로 봉기가 일어난 후 튀니지 전역에 걸친 UGTT지부를 통해 시위를 조직하고 확산했다.”
_민주화 이후 집권한 엔나흐다당의 문제는 무엇이었나.
“엔나흐다는 튀니지의 이슬람화를 추구했다. 엔나흐다에 반발하는 세속주의 야당, 좌파 정치인들이 암살되기도 했다. 나를 포함해 여러 시민단체 지도자들도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누군가는 엔나흐다가 촉발한 위기를 해결해야 했다. 우리는 각계각층을 대변하는 시민단체를 초청해 4자대화기구를 구성했다. 이후 엔나흐다와 세속주의 정당을 모두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였다. 정권 교체와 민주적 헌법 구성, 조기 총선과 대선 시행이 우리의 요구였다. 물론 우리가 대화로만 협상을 했던 것은 아니다, 재스민혁명에 맞먹는 총파업을 결행하겠다고 압박했다. 끝까지 저항하던 엔나흐다도 우리가 몇몇 도시에서 실제로 파업을 시작하자 결국 요구를 받아들였다.”
4자대화기구는 내전 직전까지 치달은 엔나흐다와 세속주의 정당의 화해를 이끌며 튀니지의 민주화를 진전시킨 공로로 지난해 11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당시 노벨 위원회는 “아랍의 봄이 일어난 중동ㆍ아프리카 국가 중 유일하게 민주화에 성공한 튀니지 국민을 격려하고자 한다”며 “이 단체가 다른 나라의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_노벨 평화상 수상을 예상했나.
“단 한번도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다. 폭력 없이 갈등을 해결한 모습을 보여준 데 대한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매우 기뻤다. 사실 UGTT는 1950년대 튀니지가 프랑스 식민지였던 시절부터 독립운동을 이끌어 왔다. 독재 정권에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웠다. 오랜 투쟁 역사에서 언제나 비폭력, 비정치화 원칙을 지켜 왔다. 이런 원칙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온 덕에 4자대화기구를 구성해 난국을 타개할 수 있었다. 노벨평화상은 결국 언제나 평화를 중요시 해온 튀니지 국민들이 받은 셈이다. ”
_UGTT에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어떤 비법이 있나.
“UGTT에는 시위를 감독하는 기구가 있으며 실제 이들이 만든 매뉴얼을 따라 시위가 이루어진다. 매뉴얼은 설사 우리가 공격을 받더라도 비폭력적으로 저항하도록 하고 있다. 폭력은 폭력을 낳을 뿐이다.”
아바시 사무총장은 최근 위기도 ‘재스민 혁명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부ㆍ기업과 함께 새로운 대화기구를 구성한 사실을 소개하며 “함께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UGTT를 “튀니지에서 종교, 정치, 시민세력의 균형을 맞춰 평화적 민주화를 이끌어 냈다”고 평가한 데는 이 같은 시민사회의 대변자로서의 역할에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이다.
_튀니지가 다시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재스민혁명은 정치적 자유뿐 아니라 경제적 요구도 바탕에 두고 있었다. 어려운 경제 현실이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았다. 국민들은 깊이 분노하고 있다. 사실 튀니지 경제 위기는 현정부는 물론 과거 독재정권도 해결하지 못한 복잡한 문제다.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UGTT는 최근 정부ㆍ기업과 함께 ‘경제ㆍ사회 대화기구’를 결성했다. 대화와 협상, 연대를 통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_UGTT가 노동자들의 이익만 챙긴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UGTT는 올해 초 임금 협상에서 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6% 인상안을 제시했다)
“경제적 위기에도 성장하는 대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노동자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임금 인상은 또 노동자들의 구매력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튀니지 경제에 도움이 된다. 우리는 튀니지 발전을 위해 노력할 테지만, 정당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 기업과 정부를 계속 압박할 것이다.”
튀니스(튀니지)=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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