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점유율 화웨이?오포 등 약진
기술력 갖춰 ‘싸구려’ 이미지 탈피
대규모 내수시장도 경쟁력에 한몫
애플ㆍLG 점유율 하락… 삼성만 선전
중국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다. 매출액 기준 시장 점유율 상위 11개사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무려 7개사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은 2개사, 미국과 일본은 각각 1개사만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화웨이 같이 기술력을 갖춘 중국 업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아니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은 1분기 시장 점유율에서 사상 처음으로 3~5위를 휩쓸었다. 화웨이가 지난해 1분기 3.7%에서 1년 새 6.5%로 몸집을 불리며 3위 자리를 확고하게 굳혔다. 오포는 같은 기간 2.5%(6위)에서 4.1%(4위)로, 비보는 1.6%(9위)에서 2.8%(5위)로 점유율을 늘리면서 점유율 순위에서 각각 2,4계단씩 뛰어올랐다.
샤오미가 2.7%(5위)에서 2.5%(7위)로,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가 2.3%(7위)에서 1.7%(9위)로 소폭 하락하는 등 뒷걸음질 친 중국 업체도 있지만 신흥주자인 지오니와 ZTE가 공동 10위로 뒤를 받쳐줬다. 7개 중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 합계는 총 19.8%로 전년 동기(13.6%)보다 6.2%나 증가했다.
중국 업체들이 몸집을 키우면서 다른 나라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줄어들었다. 1위 애플의 점유율은 작년 1분기 46.2%에서 올 1분기 40.7%로 5.5%포인트나 떨어졌다. LG전자도 3.3%에서 2.7%로 0.5%포인트 줄어들면서 4위에서 6위로 하락했다. 소니도 점유율이 0.5%포인트 감소(1.8%)해 7위에서 8위로 내려앉았다. 2위인 삼성전자만 갤럭시 S7 엣지와 중저가폰 선전 등에 힘입어 점유율을 2.2%포인트 끌어 올려 24.1%를 기록했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더 이상 타사의 기술이나 디자인을 모방하는 ‘싸구려 짝퉁’ 제조사가 아니라는 방증이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파격적인 가격으로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낮은 가격 탓에 성장 둔화의 늪에 빠진 샤오미와 확연하게 다르다는 점도 주목된다.
특히 오포는 지난 3월 1,600만 화소급 전면 카메라를 장착한 50만원대 스마트폰 ‘R9’을 출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04년 중국 광둥성에서 문을 연 이 업체는 MP3 플레이어, TV 등을 만들다가 2008년부터 스마트폰 제조사로 변신했다. 비보도 같은 시기 세계 최초로 6기가바이트(GB) 메모리를 장착한 70만원대 ‘엑스플레이5’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중국 기업들의 도약에는 든든한 내수시장도 한 몫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며 경쟁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지적도 없잖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율을 7%로 전망했다. 지난해(14.4%)의 절반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세계 최대인 중국 내수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기술 경쟁력을 키우고 있어 제2, 제3의 화웨이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분기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은 1억490만대로, 전세계 판매량(3억3,310만대)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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