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정수민, 넥센 박정음, 두산 고원준/사진=NC, 두산, 한국스포츠경제 DB
이가 빠진 자리에 더 센 이가 난다. 잘 나가는 팀들이 '대체 선수'의 활약에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정규 시즌은 장기 레이스다. 144경기를 치르다 보면 주축 선수들의 부상도 피할 수 없다.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팀의 운명이 바뀐다. 올 시즌 1위를 지키고 있는 두산과 그 뒤를 잇는 2위 NC, 3위 넥센은 대체 선수들의 맹활약이 가장 돋보이는 팀들이다.
NC는 에이스 해커의 공백으로 '보물' 정수민을 얻었다. 해커가 지난달 17일 팔꿈치 통증올 1군에서 말소되자 김경문 NC 감독은 4월까지 불펜으로만 두 차례 등판한 정수민을 콜업해 선발진에 투입했다. 기대 이상의 활약이다. 정수민은 선발로 나선 4경기에서 3승무패 평균자책점 1.64를 기록하고 있다. NC는 젊은 피 정수민의 발견으로 선발진에 더욱 힘이 실렸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도 빠진 선수들의 자리를 대체한 선수들이 채우니 잘 하지 않나"라며 "우리 팀도 해커가 없는 가운데 선방하고 있다. 정수민이 대체로 나가서 잘 메워줬다. 에이스가 빠지면서 팀이 올라서느냐, 떨어지느냐가 갈릴 수 있는데 정말 잘 해주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단기전과 달리 페넌트레이스는 베스트 멤버 뿐만 아니라 백업 자원까지 잘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넥센은 지난 겨울 주축 선수가 줄줄이 빠져나가면서 선수층이 얇아졌다. 주전급 백업이 강하다는 약점도 사라졌다. 하지만 올 시즌 외야수 박정음이 39경기에 나와 타율 0.300(40타수 14안타) 5타점 5도루를 기록하면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 마운드에서도 새 얼굴이 빛난다. 넥센은 올시즌을 앞두고 조상우가 팔꿈치 수술로 선발진에서 갑작스레 이탈하며 외국인 선수 2명과 양훈을 제외한 선발을 정하지 않았다. 4, 5선발 자리에 다양한 선수들을 투입해 기회를 줄 계획이었지만 신재영과 박주현이 호투를 이어나가며 이제는 마운드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신재영은 8승, 박주현은 3승을 올리고 있다.
지난 4월13일 1위에 오른 후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은 두산은 그야 말로 '되는 집'이다. 두산은 지난 3일 SK전을 앞두고 니퍼트가 등 근육을 호소해 갑작스럽게 고원준으로 선발을 교체했다. 트레이드 후 첫 등판이었던 고원준은 5이닝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내며 새로운 팀에서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안규영의 깜짝 호투도 돋보였다. 두산은 지난 5일 SK전에서 장원준이 등판할 차례였지만 이전 등판에서 많은 공을 던진 장원준에게 휴식을 주며 안규영을 선발로 투입했다. 안규영은 올 시즌 첫 등판이었던 이날 6이닝 무실점 투구로 2011년 데뷔 후 첫 승을 올렸다.
주축 선수의 이탈이 위기가 아닌 새 얼굴을 발굴하며 팀이 더 탄탄해지는 '기회'가 된 셈이다. 대체 선수로 나와 맹활약을 하며 자신감을 얻은 이들은 이미 팀의 중요 자원이 되고 있다. 주축 선수까지 건강하게 돌아온다면, 두산과 NC, 넥센의 질주는 더욱 힘을 받게 된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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