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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들은 행복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

입력
2016.06.0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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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에서 가장 신성시 여겨지는 사원인 탁상곰파. 파로 계곡의 900m 높이의 깎아지른 벼랑에 있다. 고승 파드마 삼바바가 호랑이의 등에 올라타 히말라야를 넘어 이곳으로 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비밀스러운 절벽 사원은 호랑이둥지로도 불린다.
부탄에서 가장 신성시 여겨지는 사원인 탁상곰파. 파로 계곡의 900m 높이의 깎아지른 벼랑에 있다. 고승 파드마 삼바바가 호랑이의 등에 올라타 히말라야를 넘어 이곳으로 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비밀스러운 절벽 사원은 호랑이둥지로도 불린다.

시간이 지나자 점차 혼란스러웠다. 이게 과연 행복한 나라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한 것. 경쟁하지 않는 나라가 과연 좋은 것인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았다. 또 무언가 인공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든 게 매뉴얼대로 움직인다. 즉 철저한 통제국가다. 조금 시선을 비딱하게 두자 여러 궁금증이 생겼다. 그러나 그 궁금증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저 나의 삐딱한 시선에 지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캄슘 율리 남걀 라캉 사원.
캄슘 율리 남걀 라캉 사원.

팀푸에 있는 건물들의 디자인은 거의 비슷하다. 대부분 불교적 색채를 띠고 있다. 아파트의 높이도 6층으로 제한하고 있다. 도시에 있는 건물들은 다를 수 있으나 못을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한다.

부탄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100% 유기농이다. 살생이 철저히 금지된다. 낚시도 사냥도 안 된다. 대부분의 육류는 인도에서 수입한다. 소와 돼지가 있지만 경작이나 비료로 쓸 배설물을 얻을 용도로만 이용된다.

학교 수업은 거의 영어로 진행된다고 한다. 2과목 정도만 모국어로 가르친다. 부탄의 영어교육은 3대 왕인 지그메 도르지 때부터 시작했다. 이런 교육환경 때문에 영어만 할 줄 알면 부탄국민들과의 대화가 어렵지 않다.

가난하지만 구걸하는 이들이 없고 직업에 귀천을 두지 않는다. 아이도 어른들도 예의가 바르다. 모두가 서로 위로해주고 위로 받는 느낌이다. 이러한 행복이 유지되는 근간에는 부탄정부의 노력과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았을까 싶다.

팀푸 시내를 내려다보는 거대한 불상인 부다도르데마상
팀푸 시내를 내려다보는 거대한 불상인 부다도르데마상

우리는 무엇을 향해 이토록 달리는 걸까

부탄의 청년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행복을 물었다.

호주와 태국에서 유학하고 귀국해 취업을 준비 중이라는 부탄 청년 킨레이 데마(24ㆍ사진)는 “난 가족과 친구, 이 나라와 자연환경이 있어 행복하다”며 “행복한 사람들은 행복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뭔가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부탄 사람들은 그런걸 덜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유학을 했지만 해외에서 살고 싶진 않았다고 했다. “호주와 태국에서 생활할 때 편리한 점도 많았지만 향수병에 시달렸다. 나뿐만 아니라 부탄의 대부분 유학생들이 다시 부탄으로 돌아온다.”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샹그릴라’로 불리는 부탄에서도 요즘 청소년 자살률이 증가한다고 해 언론에서도 걱정이 많다. 그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낮은 숫자이긴 하지만 조금씩 늘고 있는 건 사실이다. IT를 통해 서양문화를 접하면서 혼란스러운 점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내 주변에서 보면 이혼율 증가에 따른 청소년 자살이 많다. 부탄에서도 여성들의 경제적 지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견디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부탄 정부도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무직 생활이 지루해 여행가이드로 이직했다는 부탄청년 초키 왕추크(30)는 “행복이란 마음의 상태”라며 “종교에 의지해 부탄사람들은 행복을 느낀다. 살생하지 않고 남을 배려하며 어울려 사는 것. 그게 행복인 것 같다. 내게 행복을 만들어주는 건 단순함이다. 하루 세끼 식사하고 쉴 곳과 입을 옷만 있으면 된다”고 정리했다.

신용카드에 대한 개념이 없는 그는 한국의 월급과 대출, 재테크 등을 설명하자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소득불균형에 대해선 “그렇게 심각하지 않아. 땅을 소유할 수 있는 제한이 법에 규정되어 있고 소유하는 만큼 세금도 누진된다”고 말했다. 웬만한 상점들에 다 걸려있는 국왕의 액자에 대해 물었더니 “의무적으로 거는 것은 아니다. 다들 왕을 진심으로 존경해 걸어두는 거다”라 했다.

부탄의 청년들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들 몇 개만 있다면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행복은 밖에 있지 않고 안에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반면 우린 무얼 향해 이토록 달려가는 걸까. 네팔에서 만난 독일친구가 이런 말을 해줬다. “한국은 기적을 이룬 나라지만 기쁨을 잃은 나라”라고.

부탄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가이드 초키가 부탄 여행이 어땠느냐고 묻는다.

“좋았다. 부탄에 오기 전엔 부탄사람들의 행복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이상하게 부탄에 있는 동안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초키가 말한다. “바로 그거야. 그게 바로 부탄인들이 말하는 행복인 거야.”

[배움 2]

행복한 사람들은 행복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배움 3]

행복은 마음속의 평안이다

행복여행가 김뻡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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