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출신 유학파 연주자 모아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랩소디
“대구출신 유학파 청년연주자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고, 대구시민들은 서양고전음악의 재미와 깊이를 알아가는 동시에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지요.”
최근 자신이 기획한 음악제를 성공리에 끝마친 윤선진(60·교육학 박사ㆍ사진) 문화기획자. 그는 외롭지만 특유의 씩씩한 기백으로 대구문화 저변을 저돌적으로 확장시키는 대구문화계의 퍼스트펭귄(First penguin·선구자)이다.
윤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구청소년클래식음악제‘꿈을 주는 연주회’로 관객들의 갈채를 받음으로써 대구문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연주회는 지난달 24일 대구시 북구 칠성동 옥산초등학교 강당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 50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열렸다.
이 연주회는 최초 협상자였던 이 학교 학부모담당교사의 반대로 하마터면 시도조차 못할 뻔했다. 학부모담당교사에게도 나름의 사정은 있었다.‘아이들 집중력이 5분도 안 되는데, 그 훌륭한 연주자들 데려다가 폐만 끼칠까 걱정스럽다’고 되레 윤씨를 배려한 것. 이에 윤씨는‘선생님 선에서 끊지 마시고 교장선생님과 상의해 달라’고 교사를 설득, 그나마 집중도가 나은 3~6학년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조건으로 공연이 성사된 것.
공연 당일, 연주회 시작이 임박했음에도 강당 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학부모담당교사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곧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윤씨는 “연주가 시작되자 정말이지 기적처럼 아이들이 연주에 빠져들었다”며 “공연 후 5~6학년생 1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이런 경험은 처음’이란 답이 60%였고,‘다시 듣고 싶다’는 답변이 95%나 나와 학교관계자들도 깜짝 놀랐다”고 했다. 윤씨는 연주곡을 일부러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 나오는 곡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윤씨는 인터뷰 말미에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아니, 전국 18개 도시에 창조경제혁신센터만 지어놓으면 국민들 창조력이 그저 길러지냐고요. 청년클래식음악제 같은 품격 있고, 시민들에게 상상력을 자극하는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통해 창조력을 키워나가야죠.”
오는 18일엔 대구미술관에서 대구시민들을 위한 “시민과 함께하는 연주회”가 열린다. 대구출신으로 독일에서 수학한 메조소프라노 손정아, 피아니스트 서주희, 프랑스에서 수학한 바이올리니스트 김소정 등이 출연해 슈베르트의 가곡과 ‘송어’를 연주하고 시민 눈높이에 맞는 해설을 곁들인다.‘송어’는 피아노퀸텟(피아노 5중주)으로 선보인다.
심지훈 기자 s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