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drone)이 시대적 용어가 되었다. ‘드론’이 유행을 타고 대중화가 되면서 명칭 자체보다는 그 구별과 기준이 새로운 이슈가 되고 있다. 사전식 정의를 보면 ‘꿀을 모으지 않고 오직 여왕벌과 짝짓기만 하는 침 없는 수놈 꿀벌’을 drone이라 부른다. 다른 뜻으로는 ‘남에게 빌붙어 사는 기생충(parasite)’을 drone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또 ‘원격 조정이나 내부 컴퓨터 장치로 운용되는 무인 비행체’를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drone 비행체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위의 세 번째 뜻풀이가 과연 맞는 것인지, 시중에서 말하는 일상의 뜻은 무엇이고 과학계나 행정 법률 차원의 기준은 무엇인가를 놓고 혼란이 적지 않다.
수놈 꿀벌(drone)은 꿀을 모으는 일을 하지 않고 교미만 기다리며 빈둥거렸기 때문에 고전 영어에서는 ‘게으름뱅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그러다가 1935년 영국의 Royal Navy의 원격 조정 비행기를 the DH 82B Queen Bee라고 부른 적이 있고 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목적의 비행체를 drone이라고 불렀다. 무인 비행체(Unmanned Aerial System, UAS)의 날아가는 소리가 꿀벌들의 ‘윙~’ 소리와 비슷하다는 데 착안해 사용한 것이다.
2차 대전을 거치면서 미국 육군과 해군은 target drone을 조종사 없는 비행체로 계획하고 1996년부터는 Kaman제조사가 다양한 헬리콥터를 drone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의 9ㆍ11 이후부터는 테러 단체를 비밀리에 공격하면서 drone이 동사로도 쓰인다. 미국의 CIA가 drone을 원격 조정하며 테러단체나 적을 공격하는 것을 두고 ‘drone=to target or kill in a drone strike’처럼 활용된 것이다. 즉 drone이 물체 이름뿐만 아니라 동사로써 ‘무인 비행체(Unmanned Aerial Vehicle)로 공격하다’는 의미로 쓰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What is a drone?’이라는 질문을 던지면 명쾌하게 답변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drone’ 중 ‘ro’가 고대 영어 roven에서 발전한 것으로 roven=move around의 뜻이고 이를 확대 해석하면 roam, wander (돌아다닌다)의 뜻이 된다는 풀이는 현대의 기술 발전체 drone을 이해하고 활용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부에서처럼 ‘무인(unmanned)과 원격 조정되는 비행체(remotely piloted)를 drone이라 하기도 하고 또 일부에서는 이륙해서 날다가 스스로 착륙하면 drone이고 그렇지 않으면 원격 조정 비행체라고 구분 짓는다. 지상의 원격 조정이나 또 다른 모비행체(mother plane)의 조정을 받는 것은 missile이나 우주선과 중첩되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미 ‘유인 drone’(manned drone)도 나오면서 이 또한 얼마든지 다른 용어로 파생되거나 확대 응용될 개연성이 많아졌다. 기존의 home telephone이 land line으로 달리 불리고 portable phone이 cell phone이 되고 이제는 smart phone으로 바뀐 것처럼, drone 기술이 더 발전할수록 이 용어의 의미 또한 분화되고 바뀔 가능성이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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