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강리 봉림마을 주민들 “철도로 마을 갈라져” 반발
통로 확장 등 조건 제시 불구 “집단 이주” 요구
포항시, 공사 차질 우려에 신항만 회생 늦어질까 발동동
경북 포항시가 기로에 선 흥해읍 영일만항 부활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인입선 철도 개설이 통과노선 주변 주민들의 반대로 지연될 위기에 놓이자 노심초사하고 있다. 환동해 중심항구를 내세운 영일만항이 되살아나려면 육상운송비를 줄일 수 있는 인입선 개설이 필수적이다. 포항시는 KTX포항역에서 항만 내부까지 11.3㎞의 인입철도를 당초 계획한 2018년보다 1년 앞당겨 조기개통을 추진 중이지만 통과노선 중 300m 구간 주변 민원을 해결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포항시 북구 흥해읍 곡강리 1272의 1 일대 봉림마을 31가구는 영일만항 인입철도 건설로 마을이 양분된다며 3년 넘게 공사에 반대하고 있다. 철로가 개설되면 이 마을은 26가구와 5가구로 쪼개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철로 아래로 너비 6m의 박스형 통행로를 설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주민들은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전성환 곡강리 철도반대책위원장은 “마을 중간에 높이 약 7m의 벽이 생기는데 통행로 하나 설치된다고 불편이 해소되겠느냐”며 “철로와 단 2.8m 떨어진 집도 있어 지가하락 등 막대한 피해가 불 보듯 한데도 철도공단에서는 ‘법적으로 보상이 불가하다’는 답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일만항 인입철도 건설사업은 흥해읍 이인리 KTX포항역사에서 흥해읍 용한리 영일만항까지 11.3㎞를 연결하는 단선으로, 2013년 말 착공해 국비 1,626억 원을 들여 2018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하지만 곡강리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자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이 마을을 지나는 300m구간을 제외한 전 구간에서 공사 중이며, 6월 현재 공정률은 24.6%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포항시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포항 영일만항 운영회사는 항만 개장 6년 만인 지난해 자본금 780억 원이 모두 까먹었다. 포항시는 항만 회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인입선 개설을 1년 앞당기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지만 지역주민 반대라는 암초에 부딪쳐 허사가 될 위기에 놓였다. 시는 1,626억 원의 사업비 중 올해까지 1,186억 원을 확보했고, 나머지 440억 원도 내년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중앙부처를 설득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밤낮없이 뛰어 조기개통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했는데도 단 300m 구간의 민원을 해결 못해 차질을 빚게 됐다”며 “철도시설공단에 하루 빨리 해결하도록 거듭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기존 너비 2m도로를 6m로 확장한 데 이어 최근엔 9m로 확장키로 하는 등 주민 피해를 줄이는데 노력 중인데 주민들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요구가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공사와 함께 주민 설득에 최선을 다 하고 있으나 인입철도 조기개통은 이 구간 민원이 아니라도 어렵다”며 포항시의 주장을 일축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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