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두 공격수 석현준(25ㆍ포르투)과 손흥민(24ㆍ토트넘)이 리우올림픽 무대를 함께 누빌 가능성이 생겼다. 신태용(46)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와일드카드(23세 초과)로 석현준 발탁을 검토하고 있다. 신 감독은 3장의 와일드카드로 원래 공격수 손흥민,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장현수(25ㆍ광저우R&F), 중앙수비수 홍정호(27ㆍ아우크스부르크)를 염두에 뒀다. 와일드카드는 소속 팀의 동의가 필요한데 장현수와 손흥민은 차출 허락은 떨어졌고 합류 시기를 놓고 조율 중이다. 하지만 홍정호는 불발됐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8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올림픽 기간에 홍정호를 보낼 수 없다고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홍정호의 대체 자원은 같은 포지션인 중앙수비수로 채우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신 감독은 공격수인 석현준을 점 찍고 있다. 최근 스페인-체코와 2연전을 통해 전방에서 상대와 적극적으로 싸워주고 동료들에게 기회를 내주는 석현준의 플레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신태용호에는 재간 넘치는 공격수들이 많지만 타깃형 스트라이커는 마땅치 않았다. 김현(23ㆍ제주)은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석현준이 오면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 석현준과 손흥민 그리고 기존의 권창훈(22ㆍ수원)과 황희찬(20ㆍ잘츠부르크), 문창진(23ㆍ포항), 류승우(23ㆍ빌레펠트)까지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막강 공격진이 구축된다.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석현준은 올림픽 출전 의지도 강하다. 그는 지난 3월 대표팀 훈련에서 “올림픽대표팀으로 불러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출전하겠다. (소속팀을 설득해) 어떻게든 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신 감독이 ‘석현준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는 건 중앙수비수 최규백(22ㆍ전북) 덕분이다. 최규백은 최근 막을 내린 ‘4개국 친선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188cm, 77kg의 당당한 체구를 바탕으로 뛰어난 제공 능력에 전방으로 볼을 연결하는 기술까지 갖췄다. 신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중앙수비수 부재를 해결할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이번에 깜짝 스타로 급부상했지만 신 감독은 최규백이 대구대를 다닐 때부터 주목하고 있었다. 홍정호를 대신할 중앙수비수를 급하게 찾다가 낭패를 보느니 차라리 최규백에게 중책을 맡기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여전히 변수는 도사리고 있다.
올림픽 최종 엔트리는 18명이다. 골키퍼 2명을 빼면 필드 플레이어는 16명. 각 포지션별로 두 배수를 뽑을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신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 두 자리에는 4명을 할당할 계획이다. 체력 소모가 심하고 상대와 늘 부딪히는 포지션이라 징계나 부상 위험이 크기 때문에 확실한 백업 자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신 감독은 중원과 수비로 이어지는 골격부터 탄탄히 하는 게 급선무라 생각하고 있다. 엔트리가 한정돼 있다 보니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도 몇 명 필요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다 보면 공격수 몫이 줄어들 수 있다. 신 감독은 6월 말 최종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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