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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실용주의…삼성SDS 물류 분할로 삼성 사업 재편 2R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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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실용주의…삼성SDS 물류 분할로 삼성 사업 재편 2R 서막

입력
2016.06.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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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땐 삼성물산 흑자… 지주사 전환 예방

삼성家 3세 지분율 증가까지 ‘3중 포석’

“사업 부문 비정상의 정상화” 해석도

SDS 소액주주 “대주주만 유리한 합병” 반발

삼성이 정보기술(IT) 계열사인 삼성SDS에서 물류 사업 부문을 떼내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삼성은 “자회사의 일부 사업 부문을 조정하는 것일 뿐 합병 논의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입장이지만 재계와 금융권에서는 삼성SDS의 물류 부문이 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삼성물산에 합병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용주의’가 반영된 사업 재편 2라운드의 신호탄이 될 지 주목된다.

삼성SDS는 7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물류사업부문 분할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SDS 관계자는 “IT 기술을 적용해 2012년 첫 발을 뗀 물류 사업이 4년 만인 지난해 매출 2조6,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렸다”며 “그러나 향후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분할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계열사들의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S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말이면 삼성전자 등 관계사 물동량 대부분을 수행할 예정이어서 향후 지속 성장을 위해 대외사업 확대가 절실하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합병은 삼성물산 경영지표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 물류 부문 매출 비중은 2013년 26.1%에서 올 1분기에는 총 매출(1조7,450억원)의 35.5%까지 커져, 6,2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두 분기 연속 적자 상태다. 1분기에는 영업손실이 4,348억원에 달했다. 삼성SDS 물류 부문 합병으로 삼성물산은 단번에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 삼성물산의 상사, 패션 부문 등도 시너지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선 ‘비정상의 정상화’로 해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IT 계열사인 삼성SDS가 물류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이를 바로 잡으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SDS 물류 부문 합병은 삼성물산의 지주사 강제 전환 예방책이라는 시각도 없잖다. 공정거래법상 회사의 총 자산 중 자회사의 주식가치 비율이 50%를 넘으면 일반 지주사로 전환해야 한다. 일반 지주사가 되면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를 보유할 수 없게 돼 그룹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SDS를 합병하면 자산 규모가 커진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삼성SDS가 IT 사업부를 주주가 만족하는 가격에 삼성전자 등에 매각한 후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안도 제기되고 있다. 공영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IT 사업부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을 삼성전자 지분 취득과 같은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주주 입장에선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이 삼성SDS의 물류 부문을 합병하면 이 부회장 등 삼성가(家) 형제들의 삼성물산 지분이 증가, 그룹에 대한 지배력도 커질 전망이다. 현재 이 부회장(9.2%),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3.9%),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3.9%) 등 3세 경영진들의 지분은 17%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SDS 주식이 삼성물산 주식과 어떤 비율로 교환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합병으로 이들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분명히 증가한다”고 말했다.

삼성이 첫 번째로 넘어야 할 관문은 삼성SDS 소액주주들의 반대다. 물류 사업 분할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 1일 17만4,000원에 거래됐던 삼성SDS 주식은 이날 한때 14만9,000원까지 빠지면서 3거래일만에 19%나 떨어졌다. 주당 34만원까지 치솟았던 1년 전과 비교하면 반토막도 안 된다. ‘삼성SDS 소액주주모임’ 회원 20여명은 이날 서울 잠실 삼성SDS 본사를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삼성SDS의 물류 부문을 분할해 대주주에게만 유리한 합병을 한다면 삼성SDS 사장과 임원들을 배임죄 등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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