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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빠 욕한 사람 혼내주세요” 변호사 사무실 두드리는 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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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빠 욕한 사람 혼내주세요” 변호사 사무실 두드리는 팬클럽

입력
2016.06.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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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 크리스탈 열애설 이후

성적 모욕 등 악성댓글 넘치자

스타 대신 법적대응에 나서

엑소(EXO) 카이(왼쪽)와 에프엑스(f(x)) 크리스탈. SM 엔터테인먼트 제공
엑소(EXO) 카이(왼쪽)와 에프엑스(f(x)) 크리스탈. SM 엔터테인먼트 제공

“우리 종인이(카이의 본명) 욕한 사람 혼내주세요.”

지난 4월 변호사 사무실을 찾은 A씨 등 20대 여성 2명이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인터넷 악성 댓글로 정신적 충격을 입고 법적 대응에 나선 인기그룹 엑소(EXO)의 팬클럽 회원들이다. 만우절 아침 엑소 멤버 카이와 에프엑스 멤버 크리스탈의 데이트 사진이 열애설과 함께 보도되자 이를 본 네티즌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두 사람을 비난하는 댓글을 일주일 넘게 달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문제의 댓글 대부분은 성적 비하와 욕설 등 도를 넘어선 언어폭력이었다. A씨는 해당 네티즌들에게 “두 사람에 대해 도 넘은 비난을 계속하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빠순이들,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라”고 조롱하며 악성 댓글을 이어갔다. A씨 등은 경찰서도 갔지만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고(친고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하거나 처벌할 수 없어(반의사불벌죄) 고소 접수를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이들은 대신 자신들을 욕한 혐의(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로 네티즌에 대한 고소장을 작성해 들고 갔다.

최근 사이버 명예훼손이 늘면서 스타를 대신해 고소하는 팬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연예인에 대한 악성 댓글에 팬들이 나서서 댓글로 맞대응하는 것을 넘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의뢰인들은 자신의 사생활을 내팽개친 채 스타를 좇는 ‘사생(死生)팬’뿐만 아니라 대학생부터 30대 초반의 직장인까지 다양하다. 올초에는 엑소 멤버인 첸과 레이의 팬들과 그룹 아이콘(iKON)의 팬들도 법률상담을 했다. 통상 기획사나 당사자들은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해 직접 대응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팬들이 고소대리를 자처하는 것이다.

사이버 명예훼손은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처벌과 근절이 어려운 실정이다. 예전에는 포털 사이트의 온라인 카페 등 공개된 사이버 공간에서 공방을 벌이다 고소하는 사건이 대부분이어서,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한 뒤 상대방의 인적 사항을 파악해 법적 대응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해외에 서버를 둔 SNS를 통해 본인 인증 없이 계정을 만들거나, IP 주소를 해외로 우회하는 등 신원을 숨길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SNS의 발달로 심각한 수준의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 상담 사례가 늘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거나 짐작 가는 사람을 특정해 증거를 수집하는 방법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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