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서 불발된 의료법 개정안
판박이 내용으로 국무회의 의결
의료계ㆍ야당 “안전성 못 믿어”
여소야대 국회… 통과 쉽잖을 듯
정부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료계 반발과 여소야대인 국회상황을 감안하면 법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7일 밝혔다. 2014년 정부는 의사ㆍ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행하면서 같은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19대 국회에서 의료계와 야권의 반발로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법안은 폐기됐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법 개정안은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본격적인 입법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안은 19대 때 발의했던 법안의 판박이다. 현재는 의사가 먼 곳에 있는 의사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에 한해 원격의료를 허용(의사-의사)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의사가 위험성이 낮다고 인정되는 재진(再診)환자나 경증환자 등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의사-환자)한다. ▦장기간 진료가 필요한 고혈압ㆍ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와 정신질환자 ▦입원해 수술치료를 받은 후 신체에 부착된 의료기기의 작동상태 점검 등 지속ㆍ관리가 필요한 환자 ▦섬ㆍ벽지 거주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 또는 장애인 ▦교정시설 수용자, 군인 등이 원격의료 대상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정부가 의견 수렴 없이 개정안 재추진을 시도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시범사업을 통해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다고 설명하지만, 정부는 실제로 어떤 기준으로 어떤 식으로 평가했는지 공개하고 있지 않다”며 “도서 지역 등 방법이 원격의료뿐인 극히 제한적인 경우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곳까지 무리하게 허용하려는 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정현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예를 들어 혈압을 잴 경우 단순히 혈압 수치를 전송 받아 수치를 떨어뜨리는 것만이 진료가 아니라 다른 원인에 의한 건 아닌지 등 환자를 직접 보면서 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반대 의견이 많은데도 정부가 이를 강행하려는 것은 의료기기 업체의 배 불리기를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 상황도 녹록치않다. 야당이 모두 원격의료 추진에 부정적 입장이기 때문이다. 19대 국회 보건복지위 출신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진의 위험성과 부작용, 의료사고 시 책임소재 불분명, 개인정보 유출 위험, 비용 대비 효과 의문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내포된 사안”이라며 “논란이 많아 19대에서도 폐기됐는데, 여소야대 상황인 20대 국회에서 법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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