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명장 김유신 장군의 증조할아버지 구형왕(仇衡王)은 가락국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이다. 그는 신라의 계속된 침입으로 백성들이 고통을 받자 서기 532년 신라 법흥왕에게 나라를 넘긴 후, 지금의 경남 산청 왕산(王山) 자락에 터를 잡고 은둔의 여생을 보냈다.
김씨 성을 받아 신라 진골 귀족에 편입된 비운의 왕은 죽기 직전 “나라를 지키지 못했으니 내 무덤을 흙이 아닌 돌로 쓰라”는 한 많은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그 유언에 따라 만들어진 돌무덤은 비탈진 산기슭을 따라 일곱 층으로 쌓은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돼 있다. 정식 왕릉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적으로 ‘구형왕릉으로 전(傳)해 내려온다’라는 뜻의‘전(傳)구형왕릉’으로 불린다.
한이 많아서인지 이끼가 끼지 않는 돌무덤에는 흔한 칡넝쿨도 뻗지 않고 낙엽마저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좁다란 골짜기의 외로운 무덤가에는 화려했던 가야국의 철기문화를 아쉬워하듯 고요한 정적만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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