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28ㆍKB금융)가 역사적인 도전을 앞두고 올 시즌 부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350만 달러ㆍ약 41억5,000만원)에서 전대미문의 ‘단일 메이저대회 4연패’에 도전하는 박인비는 이에 앞서 지난 6일(한국시간) LPGA 공식 홈페이지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2013~15년 이 대회를 연속 제패했다. 여자 메이저 단일 대회에서 3년 연속 우승한 선수는 패티 버그(타이틀홀더스 챔피언십ㆍ1937∼39년)와 안니카 소렌스탐(위민스 PGA 챔피언십ㆍ2003∼05년), 박인비 뿐이다. 박인비가 이번 대회에서 다시 정상에 오르면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단일 메이저대회 4연패를 달성한다.
지난해 5승을 비롯해 LPGA에서 통산 17승(메이저 7승)을 쌓은 박인비는 이번 위민스 PGA 챔피언십을 통해 선수생활 최종 목표였던 명예의 전당에 조기 입성한다. 그 목표를 이루자 잠시 동기 부여를 잃어버렸던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박인비는 “그건 올 시즌 내게 주어진 힘든 일”이라며 “부상까지 당했을 때 동기부여를 찾기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명예의 전당은 내가 처음 골프를 시작하던 때부터 항상 꿈꿔오던 일이다. 나는 그저 그것을 내 선수생활 끝자락에 이룰 마지막 목표라고 생각했을 뿐이다”고 했다.
박인비는 “명예의 전당은 나에게 동기를 부여했고 계속 갈 수 있도록 자극해왔다”면서 “그걸 이루고 난 뒤‘다음은 뭐지’라는 식이 된다. 가만히 앉아 다음 목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많은 것들이 있을 수 있겠다. 사람들이 얘기하는 건 문제되지 않는다.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정신적 육체적 혼란기에도 박인비는 박인비다. 올 시즌 아직 우승은 없지만 기아 클래식 준우승과 2차례 톱10으로 여전히 주목을 끌고 있다. 이제 다가올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꿈의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며 커리어의 방점을 찍게 된다. 지난해 베어 트로피(최저타수상)를 받으며 여자 골프 명예의 전당에 오를 포인트 27점을 모두 채운 박인비는 이번 대회 1라운드를 마치면 올해 10번째 대회 수를 채우고 LPGA 투어 경력 10년을 인정받아 명예의 전당 입회 행사를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박인비는 위민스 PGA 챔피언십 4연패 같은 눈앞에 닥친 일들이 단기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3시즌 연속으로 타이틀을 방어한 이번 대회를 정말 철저하게 준비하고 싶다”며 “메이저대회에 임하는 나만의 전략을 가지고 있다. 그걸 통해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잠시 주춤하는 사이 리디아 고(19ㆍ뉴질랜드)와 브룩 헨더슨(19ㆍ캐나다), 에리야 쭈타누깐(21ㆍ태국) 등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선수들이 점령한 LPGA 무대에서 천재적인 어린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도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박인비는 “요즘 어린 선수들이 참 잘 한다”면서 “어떻게 저 나이에 골프를 저렇게 잘 칠 수 있는지 가끔은 깜짝 놀란다. 재미있다. 그런 10대들에게 둘러싸여 그들과 경쟁하는 건 많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골프는 10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20대부터 심지어 50대까지 모두가 같이 경쟁한다는 것은 골프의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10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외곽에 있는 사할리CC(파73ㆍ6,668야드)에서 개막하는 위민스 PGA 챔피언십은 종전 LPGA 챔피언십으로 불리던 대회다. 지난해부터 미국 PGA가 공동 주관하면서 명칭을 변경했다. 1955년 시작돼 LPGA 메이저 대회 중 1950년에 창설된 US 여자오픈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한다. 박인비는 2013년 이후 이 대회의 퀸으로 장기 집권하며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정재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