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병원장이 의사 면허도 없는 총무과장을 수 십 차례에 걸쳐 수술에 참여시켰다가 적발됐다.
대전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7일 의사 면허가 없는 총무과장에게 수술을 시킨 혐의(의료법 위반 교사)로 대전 D병원 원장 A(5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총무과장 B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10월부터 2014년 6월까지 68차례에 걸쳐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병원장은 수술 인력이 부족하다면서 B씨를 툭하면 수술실로 불러 수술을 돕게 했다. A씨는 2013년 10월 24일 종아리뼈 골절 접합수술 과정에서 B씨를 불러 스크루를 고정시키는 철심 삽입 및 뼈에 구멍을 뚫고 봉합하는 수술을 시켰다. 의료 면허도 없는 B씨가 직접 뼈에 구멍을 뚫고 철심을 심는 등 의사와 똑같은 의료행위를 한 것이다.
원장 A씨가 퇴근을 하면 B씨가 의사도 없이 봉합 수술을 마무리하기도 했지만 환자들은 마취 때문에 이런 황당한 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의료사고도 나왔다. 한 환자가 뼈에 철핀 삽입 수술을 받은 뒤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나중에 B씨가 철심과 뼈를 제대로 연결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환자는 결국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재수술을 받았다.
이 병원에선 직원들은 전문의약품을 불법 거래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 병원 물리치료실장 C씨를 자격도 없이 2013년부터 2014년까지 함께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등에게 독감예방주사액 등 전문의약품을 판 혐의(약사법 위반)로 불구속 입건했다.
C씨에게 주사액을 구입한 간호조무사 등 10명은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영양제로 투약하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 병원에선 원장과 총무과장, 간호조무사, 전ㆍ현직 간호사까지 불법 의료행위로 적발됐고, 제약회사 직원도 전문의약품 불법 거래에 끼여 있었다”고 말했다.
대전=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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