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에서는 폭풍을 만났는데 체코에서는 화창했다.”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은 희비가 엇갈렸던 유럽 원정 2연전을 날씨에 비유했다. 한국은 지난 1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무적함대 스페인(FIFA랭킹 6위)에 1-6으로 참패했지만 5일 체코 프라하에서 체코(랭킹 30위)를 2-1로 눌렀다. 슈틸리케 감독은 7일 귀국해 “대패 나흘 뒤 정신적으로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 긍정적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96시간(4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분위기를 반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스페인전 대패 뒤 호텔에서 단체 미팅을 열어 “모두 잊자. 아직 한 경기 더 남았다”고 독려했다. 주장 기성용(27ㆍ스완지시티)과 최고참 곽태휘(35ㆍ알 힐랄)가 주축이 돼 선수들끼리도 따로 모여 ‘정신 재무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날 프라하로 이동할 때는 공항이 작아 배웅 나온 교민들과 선수들이 계속 붙어있었는데 슈틸리케 감독은 “주눅 든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선수들은 눈치 보지 않고 밝은 표정으로 사인하고 사진을 찍으며 머리를 식혔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면담도 효과를 봤다.
그는 평소에도 소집 기간에 선수들과 종종 면담을 한다. 1명만 부를 때도 있고 몇 명을 함께 초청할 때도 있다. 감독과 통역, 선수만 있어 속 깊은 대화가 가능하다. 작년 1월 호주 아시안컵에서도 한국은 1,2차전에서 극도로 부진했지만 기성용과 차두리(36) 등이 슈틸리케 감독과 면담한 뒤 3차전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에도 꾸준히 면담이 진행됐다.
체코전에서 프리킥으로 선제 결승골을 넣는 등 좋은 활약을 보인 윤빛가람(26ㆍ옌볜FC)이야기가 나오자 슈틸리케 감독은 “득점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볼 터치나 볼 간수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체코전 결승골의 주인공 석현준(25ㆍ포르투)에 대해서는 “대표팀 합류 후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 많이 뛰고 기회가 왔을 때 득점했다”고 칭찬했다. 윤빛가람도 “골은 들어갔지만 경기력은 50~60%였다. 운도 많이 따랐다”고 겸손해했다.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을 받은 손흥민(24ㆍ토트넘)은 “유럽이 얼마나 강한지 새삼 느꼈다. 세계적인 선수와 대결해야 큰 대회에 대비하는 면역력을 쌓을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날 신태용(46)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손흥민을 와일드카드(23세 초과)에서 뺄 수도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손흥민은 “구단(토트넘)이 올림픽은 확실히 보내주기로 했다. 다만 합류시기가 중요하다. 저도 얼른 소집돼 대표팀과 발을 맞추고 싶다”고 답했다. 신 감독도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토트넘이 손흥민을 늦게 보내주면 답답한 상황이 나올 수 있어 고민한다는 의미였다. 손흥민을 선발하겠다는 입장은 바뀐 게 없다”고 강조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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