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한국 현대문학의 가장 큰 차이는 각각 가족과 개인을 다룬다는 점입니다. 한국이 개인의 감정에 집중한다면 중국은 아직도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고민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허샤오칭)
“한국은 지금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온갖 사회문제로 위협 받고 있습니다.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편으로 오히려 공동체성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어요. 한국문학이 여기에 더 집중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금희)
김금희(37)와 허샤오칭(46), 한국과 중국의 젊은 여성 작가가 만났다. 7, 8일 이틀간 경북청송 객주문학관에서 열린 제10회 한중작가회의에서다. 김금희는 주목 받는 신예 작가로 최근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를 펴냈다. 허샤오칭(46)은 쓰촨성 출신으로 현재 일간지 몐양만보(綿陽晩報)사에서 기자로 재직 중이며 30대 후반부터 소설을 썼다. 두 사람은 밀려드는 자본의 물결 속에서 문학이 어떻게 희망을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허샤오칭(이하 허)=몐양시는 재작년 쓰촨 대지진이 났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으로 도시와 농촌의 인접지역이다. 사회 발전 속도도 도시와 농촌의 중간 정도라, 물질사회로 이행하면서 인간이 받는 도전이 내 작품의 주제가 되곤 한다. 처음 창작을 시작했을 땐 사랑이란 주제에 주목했는데, 점차 사회 현상을 반영하면서 인간성, 가족관계, 어머니의 사랑으로 관심이 넓어진 것 같다.
김금희(이하 김)=창작 주제가 사랑이라니 반갑다. 최근작 ‘너무 한낮의 연애’도 사랑 이야기인데, 왜 이걸 썼을까 생각해보니 자본주의의 영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자본화란 측면에서 한국이 안 좋은 의미로 중국을 앞서가고 있는데, 최근 이걸 가장 가슴 아프게 드러낸 사건이 세월호 참사다. 이후 많은 작가들이 우리 사회의 부조리하고 악한 모습을 다시 생각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해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한국의 작가들은 이걸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 이후 분열과 동시에 연대하는 모습과 상처를 치유하려는 모습이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걸 사랑이라는 말로 포괄할 수 있을 것 같다.
허=공감한다. 내가 최근 발표한 소설에선 고령화 사회를 배경으로 어머니를 모시는 문제로 고민하는 자녀가 등장한다. 공동체 차원에선 당연한 일이지만, 어머니가 물질적으로 자녀를 힘들게 하는 인물일 때 이는 개인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작가가 사회의 부조리한 면들을 발견하고 반성하고 창작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제 이 문제를 가지고 동료 작가와 얘기했는데 결론은 다소 절망적이었다.
김=중국도 절망적인가(웃음). 한국의 젊은 작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본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나는 주로 일상을 배경으로 이야기하는 편이라 소설이 심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작품에 현실을 반영할 때 중국 작가들은 어떤 강도로 전달하는지가 궁금하다.
허=한국 소설의 특징이자 장점은 일상을 매우 디테일하게 묘사한다는 것이다. 평범한 인간의 하루를 통해 도시화나 물질주의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압박 받는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최근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도 동물성의 세계에서 식물성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렇게 쓰고 싶은데 아직 부족한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김=겸손의 말씀이다. 한국문학은 1980년대를 지나면서 개인을 발견하고 개인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문제들은 이제는 개인의 단위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고 많은 젊은 작가들이 이 문제로 고민한다. 공동체성을 이야기하면 작품이 예술적으로 손상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오늘 말씀을 들으니 문학이 좀더 적극적으로 공동체성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허=공감한다. 중국도 사회문제 앞에서 개개인의 연대가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다. 한국문학의 좋은 작품들이 중국 독자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
올해 한중작가회의에는 한국 측에서 김주영 작가를 비롯해 17명, 중국 측에서 아라이 작가 등 18명이 참석했다. 2003년 상하이에서 처음 열린 한중작가회의는 당초 10회 개최를 목표로 했으나 중국 측의 요청으로 내년에도 행사 개최가 확정됐다. 아라이 쓰촨성작가협회 주석은 “분쟁과 갈등으로 얼룩진 동아시아의 복잡한 정치 지형 속에서도 민간이 자발적으로 탄생시킨 문학 교류가 10년이나 이어진 것은 매우 아름다운 일”이라며 “한중작가회의를 통해 시작된 작은 교류가 정치적 대립에서 비롯된 문화적 단절을 청산하고 풍요로운 교류의 길을 복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청송=글ㆍ사진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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