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종가의 자존심 보는 듯
“품질과는 절대 타협 않겠다”
품질검사가 조립공정의 2배
1대당 15분 육안 확인은 기본
소비자 관점서 일일이 체크
지난 4일 ‘TV의 원조’ LG전자 경북 구미사업장은 첨단시설을 자랑하는 공장이란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사람들이 기계보다 더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들은 모니터를 통해 공정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눈과 손으로 직접 제품을 꼼꼼히 살폈다. LG전자 구미사업장 관계자는 “불량품을 줄이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일일이 사람 손을 거친다”고 말했다.
이날 LG전자가 언론에 공개한 구미사업장은 1975년 준공됐다. 2013년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55인치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ㆍ올레드) TV를 양산한 곳이다. 현재 이곳에서 만드는 올레드 TV는 월 1만대 수준으로, 폴란드 브라질 중국 등 올레드 TV를 생산하는 LG전자의 13개 사업장 가운데 생산량이 가장 많다. 이병철 LG전자 TVㆍ모니터 생산담당 상무는 “구미사업장은 ‘종가’같은 곳으로, 신제품은 모두 이곳에서 가장 먼저 생산하고 완성도를 높인 다음 다른 공장으로 확대한다”고 소개했다.
LG전자의 올레드 TV는 판매가격 2,500달러(약 296만원) 이상 TV 제품을 통칭하는 프리미엄 TV의 대표 제품이다. 올레드 TV는 뒤에서 액정 화면을 비추는 광원(백라이트)이 필요한 액정표시장치(LCD) TV와 달리 디스플레이 자체가 빛을 내기 때문에 어느 각도에서 보거나 동일한 색상을 낸다.
구미사업장의 올레드 TV 라인은 조립공정 30m, 품질검사공정 60m, 포장공정 50m로 이뤄져 있다. LCD TV 생산라인에는 아예 없는 품질검사공정이 조립공정의 2배에 이른다. 이 때문에 웬만한 LCD TV는 대당 10~13분이면 생산이 끝나지만 올레드 TV는 30분이나 걸린다. 15분간 돌아가는 품질검사공정에서 근무자들은 화면이 정상적으로 켜져 있는지, 색이 바뀌지는 않는지, 색상이 균일한지 등을 육안으로 확인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포장까지 마친 올레드 TV는 신제품의 경우 모든 물량, 2015년형 제품은 절반이 다시 별도의 전용 실험실로 향한다. 여기서 올레드 TV는 다시 포장을 벗고 통상 72시간 동안 ‘재검’을 받는다. 상온 실험실에서 TV를 켜둔 채 화질과 각종 기능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식이다.
재검을 마친 제품 가운데 무작위로 뽑힌 일부 물량은 40℃가 넘는 실험실로 옮겨져 일주일을 지낸다. 고온 환경에선 전자제품 수명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재차 확인한다. 이후 완벽히 밀폐된 음질 시험실에서 가장 작은 소리부터 큰 소리까지 점검이 끝나야 다시 포장재를 입고 출고된다.
LG전자가 이처럼 포장된 제품을 다시 꺼내 검사하는 비효율적인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제품을 보기 위해서다. LG전자 관계자는 “TV 설치 시 박스에서 제품을 꺼내 설치하는 데까지 발생할 수 있는 아주 미세한 충격까지도 철저히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며 “올레드 TV가 높은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전할 수 있도록 품질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구미=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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