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다급한 정치적 상황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경제ㆍ통상 분야에서도 강하게 대치하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 때리기’분위기가 정치권에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위안화 평가절하, 철강 등에서의 과잉공급해소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 가동을 전면 중단할 경우 발생할 실업률 상승과 사회 혼란 등을 우려, 미국의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6일 미중 전략경제대화 개막식에서 중국의 과잉생산이 세계시장을 왜곡하고 해를 끼치고 있다면서 철강 등의 생산 감축을 요구했다. 루 장관은 이어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인한 저가공세가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금융서비스 부문에서 시장접근 허용을 중국에 강하게 요구했다.
그는 전날 칭화(淸華)대 강연에서는 “생산 과잉은 중국과 세계 경제의 성장과 효율성을 좀먹고 있는 주범”이라며 중국 정부에 철강 분야에서의 대대적인 ‘좀비 기업’ 청산을 요구했다. 그는 또 “중국이 위안화 환율에 개입하려 한다면 미ㆍ중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며 수출 증대와 성장 촉진을 위한 인위적 환율조작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의 강경 입장은 대중 무역적자가 감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초 약속한 철강 등 과잉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약속을 중국이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올들어 4월까지의 누적 무역적자는 1,022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미국 철강업체 누코의 존 페리올라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중국 제철기업의 덤핑 공세로 수 천개의 미국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압박을 받는 중국의 속내도 복잡하다. ‘과잉생산 축소’요구에 원칙적으로 동의한 건 맞지만, 전면 이행할 경우 가뜩이나 불안한 중국 경제에 심각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3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과잉설비 문제에 앞서 대량 실업을 방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내년 예정된 공산당 지도부의 안정적 교체를 위해 경제 개혁을 포기하는 대신 인위적 신용공급과 사회간접자본시설 투자 확대 등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마저 예상하고 있다. ‘중국산 수입품에 45% 관세를 매겨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의 주장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이 경우 미국 정부는 상당한 수준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거나 환율조작국 지정 등의 대응도 고려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6일 미국과 중국 언론에 따르면 미ㆍ중 전략경제대화를 위해 중국을 방문 중인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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