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연기 가능성에
안팎서 금리인하론 고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연기 가능성이 커지고, 연초부터 이어진 부진한 성장세가 계속되면서 국내에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의 금리 역주행에 대한 우려가 다소 덜어지면서 6, 7월 금리 인하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6일 “오는 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좀처럼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국내 경기 지표다. 최근 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경기 지표들이 일제히 악화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조조정 후폭풍까지 가세할 경우 그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2.8%로 전망하고 있지만, 한은 내부에서는 이미 이 성장률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5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조속한 시일 내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게 필요하다. 선제적인 금리 인하는 경기 대응 측면뿐 아니라 향후 대외 위험요인에 대해서도 효율적인 대비책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런 국내 경기 요인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지금까지 섣불리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지 못했던 것 미국 때문. 6, 7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금리를 내릴 경우 급격한 자본 유출 등 부작용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여기엔 “미국에 연내에 금리를 한 번 올린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두 번 이상 올린다면 감당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있었다.
하지만 3일(현지시간) 발표된 5월 고용지표가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오면서 미국이 적어도 6, 7월에는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거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은으로선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분석이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지고 인상 속도도 매우 점진적일 것”이라며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려면 6, 7월이 적기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달에도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지만 NH투자증권은 이날 6월 금리 인하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여전한 변수는 금리 인하의 효과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 만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며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온 상황. 이에 대해 한은 한 관계자는 “한은이 선제적으로 나서고 정부의 동참을 요구하는 방식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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