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은 6일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예상대로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중국은 미중간 소통을 높이 평가하며 대화모드로의 전환을 모색하려 했지만, 미국은 북중관계 개선에 따른 대북제재 공조 균열 가능성에 대해 노골적인 경고를 보냈다. 다만 양측 모두 남중국해 분쟁을 비롯한 다른 외교ㆍ안보현안 및 경제ㆍ통상분야 협력방안 등 난제가 산적한 터라 북핵 문제를 둘러싼 공방의 수위를 조절하며 중장기 해법에 대한 개괄적인 틀을 마련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미중 양국은 이날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개막식에서부터 북핵 문제를 두고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축사를 통해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핵(북핵) 문제와 이란 핵 문제,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문제 등 지역과 세계의 주요 이슈에 대해 긴밀한 소통과 협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개막사에서 “미중 양국은 대북제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마땅히 보조를 맞춰야 한다”면서 “지속적으로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모든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접근법 자체가 상이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북중관계 개선을 모색하기 시작한 중국은 향후 대북제재를 계속 이행하더라도 동시에 6자회담 재개까지를 염두에 둔 대화채널을 가동하자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여러 민감한 국제현안에서 미국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해왔다며 후한 평가를 준 것은 제재ㆍ대화 병행추진을 주장하기 위한 명분쌓기용인 셈이다. 실제 중국은 북핵 동결과 5차 핵실험과 같은 추가도발을 제어할 것이란 점을 적극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은 북중관계 개선이 결과적으로 대북제재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그 같은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간 중국이 취해온 대북제재에 대해 최소한의 의례적인 평가도 생략한 채 앞으로도 계속 북한을 압박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주문한 건 이 때문이다. 미국 측은 이날 실무협의 과정에서 대북제재의 목적이 핵 동결이 아니고 비핵화에 있음을 거듭 확인하면서 중국의 대화 재개 요구 자체를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양측이 마냥 평행선을 달리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북핵 문제에서의 정면충돌은 곧바로 휘발성이 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로 번질 수 있고, 이 경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사실상의 ‘치킨게임’ 양상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는 미중 모두에게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양측이 풀어야 할 경제ㆍ통상문제도 산적해 있다. 시 주석이 축사에서 미국이 강력 요구해온 미중 투자협정(BIT)의 조속한 체결을 강조한 것을 두고 외교ㆍ안보현안에 있어 정면대결을 피하려는 유화 제스처라는 풀이가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양측이 이번에는 북핵 문제에 있어 각자의 의중을 확인한 뒤 포괄적인 문제 해결 절차를 협의하는 수준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중관계 개선이 대북제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미중 양국의 판단이 상이하다”면서 “향후 몇 개월의 북중교역 상황 등을 지켜본 뒤 미중 양국이 세부적인 북핵 해법 논의를 재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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