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접 캐디백을 들고 있는 허인회/사진=KPGA 제공
윌리엄 맥거트(36ㆍ미국)의 깜짝 우승으로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캐디들의 적극적인 활약상이다.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메모리얼 토너먼트를 현장 취재한 지역 신문 콜럼버스 디스패치의 골프 전문기자 밥 올러는 6일(한국시간) "투어를 둘러본 결과 그 어느 때보다 선수와 캐디간의 전략 논의가 활발했던 대회"라고 PGA 투어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전했다.
이어 "더 이상 캐디는 골프백만 들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다"며 "골프 경기에서 반드시 필요한 장비인 웨지나 퍼터 이상으로 인식된다"고 덧붙였다.
캐디의 사전적 의미는 경기자가 수월하게 경기할 수 있도록 보좌하는 사람이라고 돼 있다. 실제 앞선 세대 골퍼들에게는 그랬다. 전설 잭 니클러스(76)는 "과거에는 매주 캐디가 바뀌었다"면서 "1963년 때는 생전 처음 골프장을 찾은 15살 소년이 내 캐디를 맡았던 기억도 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선수들은 많은 지식과 정보력을 갖춘 캐디들에게 점차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베테랑 골퍼인 스튜어트 애플비(45ㆍ호주)는 "요즘 캐디들은 몇 년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며 "자동차경주에서 단순히 타이어만 바꿔 끼우는 역할이 아니라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스태프들이 필요해지는 것처럼 우리 역시 더 크고 영향력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레이 플로이드ㆍ그렉 노먼ㆍ타이거 우즈ㆍ애덤 스콧 등과 함께 작업하며 '킹 메이커 캐디'라는 수식어를 얻은 스티브 윌리엄스는 캐디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결정적인 이유로 난이도를 높여만 가는 골프 코스를 꼽았다. 그는 "10년을 주기로 골프 코스가 더 어려워지고 더 많은 지식을 요구한다"면서 "그래서 선수들이 평소보다 더 많은 정보를 캐디에게서 얻으려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현상은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최근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3년 9개월 만에 통산 3승을 거둔 이상희(24)가 대표적이다. 25kg이 넘는 캐디백을 옆에서 끌며 그를 도운 한 20대 여성 캐디가 눈길을 끌었는데 스카이72 골프장 소속의 6년차 베테랑 하우스 캐디인 김보라 씨였다. 이상희는 우승 소감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부터 코스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캐디의 도움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일본을 병행하니 한국에서 전문 캐디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어렵게 인연을 맺은 하우스 캐디 누나가 바람을 체크해주고 그린 라인도 확인하면서 전문 캐디 이상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고 감사했다.
지난 5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 칸타타 여자 오픈에서 KLPGA가 투어의 틀을 잡은 이래 예선을 거쳐 출전한 역대 첫 우승자로 우뚝 선 박성원(23ㆍ금성침대)도 우승을 결정짓게 한 침착한 경기 운영이 동료 선수 캐디의 소개로 캐디 일을 도와준 제주도 토박이 티칭 프로 허남준(45) 씨 덕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모두가 캐디의 적극적인 도움을 원하는 건 아니다. 유명 골퍼 어니 엘스(47ㆍ남아공)는 "캐디들이 점점 더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는 건 사실이지만 때론 골퍼는 자신의 본능에 충실해야만 한다"며 "캐디의 말 때문에 마음먹었던 걸 못하게 된다면 본인의 생각은 뭐가 되는가"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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