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행사서 애국가 불러, 정부 기념식 의미 뜻 깊어 軍 요청 따르기로
“군 복무기간 더 이상 행사 참석하지 않겠다”, 6ㆍ25전쟁 행사에는 불참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지난 2월 입대 후 처음으로 TV화면에 등장했다.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1회 현충일 추념식에서다. 군복무에 충실하겠다며 장병 위문행사를 모두 거절해 온 이승기가 예상을 뒤엎고 행사에 참석하자 방송 카메라는 줄곧 그를 비췄다.
이날 무대에 오른 이승기는 베레모를 쓰고 전투복 차림으로 애국가를 불렀다. 옆에서 함께 제창한 해군, 공군 군악대 병사가 화려한 색의 행사예복을 입은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승기는 육군 특수전사령부 소속 13여단(충북 증평)에서 정보병으로 복무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상공 700m에서 뛰어내리는 강하훈련도 마쳤다.
현충일 추념식을 주관한 보훈처는 지난 5월 초 국방부를 통해 이승기의 참석의사를 타진했다. 국방부는 “부대운영에 지장이 없고 본인이 희망한다면 참석해도 좋다”고 특전사에 지시했다. 군 관계자는 “육해공군에서 추념식에 참석할 병사를 차출했는데 대부분 노래를 잘하는 군악대 병사가 뽑혔지만 특전사에서는 가수 경력이 있는 이승기를 선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기는 이번 행사 참석을 주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대와 복무과정에서 연예인으로서의 관심이나 특혜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누차 밝혀온 터라 자칫 초심을 잃은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대통령이 참석하는 정부 기념식이고 호국보훈의 달에 열리는 첫 행사인 만큼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이승기와 소속 기획사 모두 이번 행사의 숭고한 취지에 공감해 동참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기는 남은 군복무기간 동안 다른 행사에는 일절 참석하지 않을 계획이다. 전국 각지의 군부대에서 진행되는 장병 위문공연은 물론이고, 이달 말 보훈처 주관으로 잠실체육관에서 열리는 6ㆍ25전쟁 기념행사에도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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