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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영웅 굿바이 알리!

입력
2016.06.0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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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마드 알리 추모객들이 알리재단앞에 꽃다발을 놓고 그를 추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무하마드 알리 추모객들이 알리재단앞에 꽃다발을 놓고 그를 추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4일 타계한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딸인 라일라 알리가 페이스북에 아버지와의 추억을 올려놨다. 라일라 알리 페이스북 캡처
지난 4일 타계한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딸인 라일라 알리가 페이스북에 아버지와의 추억을 올려놨다. 라일라 알리 페이스북 캡처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명언을 남긴 20세기 최고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의 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74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그의 대변인 밥 거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알리가 32년 동안 파킨슨병을 앓은 끝에 사망했다”고 밝혔다. 알리는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한 의료기관에서 생명보조 장치에 의존해 투병해왔고 가족들은 그의 임종을 지켰다. 그는 은퇴 3년 만인 1984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의료계에선 그러나 알리가 선수 시절 머리를 지속적으로 가격 당해 뇌에 충격이 누적된 까닭에 파킨슨병에 걸렸는지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린다. 대신 파킨슨병이 유전적 원인과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해 생기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2세 때 복싱에 입문한 알리는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라이트 헤비급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프로로 전향해 3차례에 걸쳐 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고 통산 19차례 방어에 성공하면서 1960~70년대를 풍미했다.

그는 화려했던 성적과 함께 인종차별과 싸운 복서로도 널리 기억된다. 알리는 미국 대표로 로마 올림픽에 출전, 금메달리스트로 금의환향했으나 흑인이라는 이유로 식당 출입을 저지당하자 방송을 통해 “나는 세계 챔피언인데도 내가 들어갈 수 없는 이웃집들이 있다”고 비판하는 등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관행에 강하게 저항했다. 그는 곧이어 올림픽 금메달을 강물에 던지고 프로로 전향했다.

알리는 1964년 헤비급 챔피언에 오른 뒤 본명 캐시어스 클레이를 “노예의 이름”이라며 버리고, 무하마드 알리로 개명하고 종교도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1967년에는 베트남 전쟁 징집 대상이었지만 알리는 “베트콩은 나를 깜둥이라고 부르지 않는데 내가 왜 총을 쏴야 하느냐”며 베트남전 참전 거부를 선언했다. 결국 그의 타이틀은 박탈됐고 프로복서 자격도 빼앗겼다. 3년여 법정공방 끝에 미국 대법원은 알리의 손을 들어줬고 그는 1970년 링에 복귀해 1974년 조지 포먼을 8회 KO로 물리치고 세계 챔피언에 복귀했다. 이후 조 프레이저, 래리 홈즈 등과 숱한 명승부를 남긴 뒤 39세이던 1981년 통산 56승(37KO)5패의 전적을 뒤로한 뒤 21년 간의 프로 생활을 마감했다. 알리는 은퇴 기자회견에서 “자유와 정의, 평등을 위해 싸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프로레슬러 출신 안토니오 이노키 일본 참의원 의원이 4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타계한 무하마드 알리와의 40년전 이종 격투기 대결을 추억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프로레슬러 출신 안토니오 이노키 일본 참의원 의원이 4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타계한 무하마드 알리와의 40년전 이종 격투기 대결을 추억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알리는 그러나 남은 여생을 파킨슨병과 싸워야 했다. 그의 타계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5일 미셸 오바마 여사와 함께 낸 성명에서 “(알리는)세상을 뒤흔들었다”고 애도하면서 “세상은 그로 인해 더 나아졌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알리를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넬슨 만델라 등 민권 운동가들과 비교했다. 알리가 선수 생활의 황금기에 베트남전 징집을 거부하고 3년간 링을 떠나 고난의 길을 걸었다는 점에서 흑인들의 인권 개선 등 신념을 위해 가시밭길을 걸어온 이들과 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알리의 힘겨운 투병 사실도 언급하며 “(이 병이) 그의 눈에서 열망을 앗아가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또 알리가 아프거나 장애를 지닌 어린이들을 방문해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다”며 독려했던 일화도 공개했다.

토마스 바흐(63)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알리가 파킨슨병을 앓아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의 최종 성화 점화자로 나온 장면을 회상하면서 “그는 진정한 올림피언”이라고 회고했다. 바흐 위원장은 IOC 페이스북에 “그는 올림픽 성화를 밝히고 자신의 고통을 숨기지 않음으로써 질병으로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용기를 가진 선수”라며 “그는 평화와 관용을 위해 싸운 선수”라고 추모했다.

아버지를 따라 복서의 길을 걸었던 알리의 막내딸 라일라 알리(39)는 페이스북에 아버지 알리와 자신의 딸 시드니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나의 딸 시드니가 아기였을 때 아버지와 함께 찍은 이 사진을 좋아한다”며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고 있다. 아버지가 보내준 모든 사랑에 감사 드린다”는 글을 남겼다. 라일라는 1999년 프로 데뷔 이후 24전 전승의 성적표를 남기고 은퇴했다.

전 헤비급 복싱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오른쪽)은 트위터에 알리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신이 챔피언에게 오셨다"라는 글을 올렸다. 미국 프로야구(MLB) 피츠버그 파이리츠 외야수 앤드루 매커천도 트위터에 "영원한 챔피언"이라는 말로 그를 기렸다.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전 헤비급 복싱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오른쪽)은 트위터에 알리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신이 챔피언에게 오셨다"라는 글을 올렸다. 미국 프로야구(MLB) 피츠버그 파이리츠 외야수 앤드루 매커천도 트위터에 "영원한 챔피언"이라는 말로 그를 기렸다.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한편 알리의 장례식은 10일 고인의 고향인 켄터키 주 루이빌에서 열린다. 장례식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이 추도사를 할 예정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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