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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장관들의 비유화법, 묘하게 처지 대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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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장관들의 비유화법, 묘하게 처지 대변

입력
2016.06.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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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아시아안보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중인 한민구 국방부 장관(왼쪽)이 4일(현지시간) 샹그릴라호텔에서 쑨젠궈(孫建國)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16 아시아안보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중인 한민구 국방부 장관(왼쪽)이 4일(현지시간) 샹그릴라호텔에서 쑨젠궈(孫建國)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美 “안보는 산소, 원칙 지켜야 공급” 중국 우회 압박

日 전략은 미국 편들기, 한일 양국 장관급 핫라인 논의키로

中 웅변하듯 큰 소리로 “힘 보다 진리” 미국 주도 질서 거부

韓 친구론 펼치며 대북 제재 동참했지만, 中 대화 선회로 빛 바래

한미일중 4개국 국방 책임자들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15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 기조연설에서 저마다의 비유 화법을 써가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자신들의 메시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공교롭게도 화법에서조차 각국의 처지가 대변됐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은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며 ‘안보=산소론’을 들고 나왔다. 카터 장관은 “산소가 충분하면 주의를 기울이지 않지만, 부족하면 여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미국은 모두가 번영할 수 있도록 산소를 공급할 것이며, 대신 이를 위해선 모두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중국을 겨냥했다. 남중국해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을 향해 ‘안보 문제에 매달리면 경제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일본은 회의 내내 노골적으로 미국 편들기에 나서며 자국의 이익을 취하는 전략을 택했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은 “저희 앞에 두 손이 있는데 하나는 ‘주먹이 답’이라는 손과, 법치라는 손이다”며 “그러나 늘 이기는 손은 법치다”고 중국의 국제 규범 준수를 촉구했다. 이에 화답하듯, 미국은 한미일 장관회담에서 일본이 조속한 체결을 원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필요성을 언급해주며 한국을 압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한일 장관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불쑥 꺼냈으나 한국은 국내 여론 반감 등을 고려해 “시기상조”라고 거부했다. 다만 양국은 긴밀한 공조를 위해 핫라인 추가 개설에 합의했다. 1991년부터 국장급에서 주고받는 직통전화가 있는데 회선을 추가하고, 이를 ‘장관급’으로 논의하는 방안이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회의 내내 목소리가 가장 컸던 나라는 중국이었다. 쑨젠궈(孫建國)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은 기조연설에서 “정글의 법칙은 좋은 것이 아니다”며 “우리는 힘보다는 진리를 믿는다”고 미일의 논리를 맞받아쳤다. 그는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국제법을 준수하라고 얘기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며칠 간 많은 일정에 목소리가 쉬었다”면서 거드름을 피운 쑨젠궈 부총참모장은 마치 웅변하는 듯한 큰 소리로, 질의응답에 임했다.

중국의 거침 없는 태도는 한중 장관 회담에서도 이어졌다. 한민구 국방장관이 모두발언을 하는 동안 그는 자국 관계자들과 잡담을 나누는 등 집중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ㆍ사드) 배치에 대한 항의를 내놓기 전 기선제압 성격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중국은 자기들의 입장만 반복했고, 회담 내내 분위기가 딱딱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해 각국이 대북제재에 지속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한미일 3국이 대북 정보 공유를 증진하고,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비한 미사일 경보훈련을 확대해나가자고 뜻을 모은 것은 그 성과다. 그러나 중국이 막판에 대북 협상론을 피력하면서 빛이 바랬다는 평가다.

싱가포르=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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