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어민들 처벌 검토 안해”
인천 연평도 어민들이 5일 위험을 무릅쓰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선상까지 접근해 중국 어선 2척을 직접 나포한 배경에는 생태계까지 망가뜨리는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 불법 조업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한 불만도 더해졌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연평도에서 어민들과 만나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나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어민들은 전했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봄어기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에 출몰하는 중국 어선은 최근 2년 새 100% 가까이 급증했다. 4∼6월 NLL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 레이더망에 포착된 중국 어선 수는 2013년 1만5,560척(하루 평균 172척), 2014년 1만9,150척(212척), 2015년 2만9,640척(329척)으로 2년 만에 90%나 늘었다.
연평도 어선 5척이 NLL 남방 우리 해역에서 중국 어선 2척을 나포한 이날 새벽에도 연평도 북쪽 바다에는 100여척의 중국 어선이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어선들은 우리 해군이나 해경이 북한과 인접한 지리적 한계 탓에 단속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NLL과 불과 1.4~2.5㎞ 떨어진 연평도 북쪽 바다에서는 우리 어민이 조업할 수 없다. 북한군 해안포 사격권으로 불법 조업 단속에도 한계가 있다.
중국 어선들은 연평도와 NLL 사이 해상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단속 시에는 북한 해역으로 도주했다가 다시 내려오기를 반복한다. 이런 상황이 어민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킨 것이다.
이날 중국 어선 나포에 참여한 연평도의 한 선장은 “조업을 나갔다 꽃게는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연평도 북쪽 바다를 새까맣게 메운 100여척의 중국 어선을 보고 순간적으로 화가 나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연평도 어민들은 2005년에도 NLL을 침범한 중국 어선 4척을 직접 나포해 해경에 넘겼다.
어민들은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중국 어선의 싹쓸이 조업 방식에 더 속을 태우고 있다.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은 “중국 어선의 무분별한 쌍끌이 어업이 벌써 17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중국 어선이 강화도 앞까지 밀고 올라가는 건 이미 연평어장의 생태계가 망가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에 따르면 인천 꽃게 어획량은 2013년 9,984톤에서 2014년 9,499톤, 지난해 6,721톤으로 해마다 줄었다. 올 봄어기 첫달인 4월 어획량도 17만1,024㎏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7.7% 급감했다.
어민들은 해군과 해경이 중국 어선의 NLL 침범과 불법 조업 단속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어민은 “NLL 인근에서의 단속에 한계가 있는 해경이 아니라 해군이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경은 어민들이 돌발적으로 북상해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과정에서 월선해 선박안전조업 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행정 처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2005년 당시에는 어민들이 따로 처벌 받지는 않았다.
해경 관계자는 “중국 선원들이 6일 오전 5시쯤 인천해경 전용부두로 압송돼 오면 추가 조사를 벌일 것”이라며 “중국 선원 조사 후에 검토할 것이나 현재로서는 우리 어민들에 대한 형사 처벌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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