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거쳐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주요 내용에는 친환경차 보급 확대, 경유차 배기가스 관리 강화, 경유 버스 단계적 대체, 석탄발전소 미세먼지 저감, 신산업 육성 등이 포함됐고, 이를 통해 향후 10년 내에 유럽 주요 도시의 현재 수준으로 미세먼지 수준을 저감하는 것이 정책목표로 설정됐다.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미세먼지로 인한 가시적이고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시점에 정부 차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나름의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대책의 내용과 실효성이다. 이번 종합대책에는 미세먼지의 본질적인 원인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그에 대한 실효적인 대응 방안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기존에 논의되고 있던 정책들이 일부 수정되고 새롭게 편집돼서 포함돼 있을 뿐, 정작 필요한 정책들은 민감한 사안에 대한 정치적 고려를 하느라 제대로 포함돼 있지 않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도 문제다. 정부는 최근까지 ‘클린디젤 정책’에 따라 클린디젤을 전기자동차, 태양광자동차 등과 같은 종류의 ‘환경친화적 자동차’에 포함시키고 유로5 이상의 배출 기준이 적용된 신차에 대해서는 환경개선 부담금까지 면제해준 바 있다. 이러한 정책에 따라 소비자들은 최근의 경유 자동차가 연비는 물론이고 환경보호의 면에서도 더 나은 자동차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됐고 이는 급격한 경유 자동차의 증가를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경유 자동차의 증가가 미세먼지 문제의 악화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이번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환경부장관은 클린디젤 정책이 중대한 시행착오였다고 시인한 바 있다. 이러한 정책의 비일관성은 미세먼지 등 환경보호 측면에서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유럽에 비해 늦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엄격한 유로6 기준에 맞추어 디젤 승용차의 양산을 준비하고 있던 자동차 생산업계에는 예상치 못한 사업적 손실과 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발전 부문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11년 9월 순환 정전 사태 이후 ‘안정적인 전력 수급’과 ‘전력 생산의 경제성’을 들어서 석탄 화력 발전의 비중을 늘려오고 있는데, 이는 미세먼지의 문제를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신기후체제 하에서의 국제적인 흐름에도 맞지 않는 정책이어서 재검토를 요한다.
미세먼지의 문제를 포함해서 기후변화 등 최근의 환경에너지 정책의 주요 현안들은 현대 위험사회의 대표적인 ‘위험(risk)’의 문제다. 이러한 위험은 그 개념의 본질 속에 과학적 불확실성이 내포돼 있고 그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불가피하게 ‘불확실성 하에서의 선택’의 속성을 가진다. 그 선택은 이익집단들의 각종 이익집단 행동들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 정치의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혼란스럽게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그 정치 과정 속에서 선택에 임하는 개인과 대중들이 인지적 편향(bias)의 영향을 받는 경우에는 그 혼란과 왜곡의 정도가 더욱 심해진다.
미세먼지에 대한 정부의 종합대책을 비롯한 지금까지의 행보가 매우 불만족스럽고 일관되지 못한 배경에는 위험사회에서 위험에 대한 평가 및 대안 선택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미성숙함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 사회는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상당히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성과를 이루긴 했지만, 미세먼지와 같이 새롭게 등장하는 위험 요소에 대해서는 그 위험의 정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최선을 다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남게 되는 불확실성 하에서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아직 세련된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본격적으로 위험사회에서의 민주주의 과정에 대해 고민하고 정부와 정치 과정이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야 할 때가 되었다.
허성욱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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