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사이인 정다희(23ㆍSG골프)와 박성원(23ㆍ금성침대)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 칸타타 오픈 대회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생애 첫 우승을 다투게 됐다.
정다희는 4일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롯데 스카이힐 제주CC(파72ㆍ6,187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칸타타 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기록, 5언더파 67타를 쳐 중간합계 9언더파 135타로 난생 처음 리더보드 맨 윗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에는 예선을 거쳐 출전한 박성원도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쳐 중간합계 8언더파 136타로 정다희에 1타차 2위에 올라 역시 투어 데뷔 이래 처음으로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 경기를 치른다.
KLPGA 투어 2년차인 정다희는 루키 시즌인 지난해 상금을 고작 1,400만원 받는데 그쳤다. 상금랭킹 109위로 시즌을 마친 그는 지옥 같은 시드전을 다시 치러 2년째 KLPGA투어에서 뛰게 됐지만 올해 출전한 7개 대회에서 딱 한 번 컷을 통과했을 뿐이다. 게다가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대회에서 순위는 바닥권인 61위. 이번 시즌 누적 상금은 단 155만 원에 불과하다.
박성원 역시 지난해 상금랭킹 91위에 머문 데 이어 시드전에서도 54위로 부진했다. 조건부 출전권을 가진 그는 올해 열린 10차례 대회 가운데 5개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골프팬에게 전혀 이름을 알릴 기회가 없던 정다희와 박성원이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을 태세다.
정다희와 박성원은 변덕 날씨의 도움을 받았다. 둘이 티오프한 낮 1시쯤에는 몸을 가누기 어려울 만큼 강한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오후 3시쯤부터 잦아들기 시작했다. 둘이 후반을 돌 때는 바람은 숨을 죽였고 오전에 내린 비로 그린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10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한 정다희는 후반에는 보기없이 버디 4개를 쓸어담아 선두로 도약했고 박성원 역시 후반 8개 홀에서 3타를 줄였다.
동갑인 정다희와 박성원은 한때 같은 레슨 코치 아래서 배웠고 같이 여행을 다니는 등 투어에서 가장 친한 사이다. 정다희와 박성원은 “오늘 밤에는 떨려서 한숨도 못 잘 것 같다”면서 “내일 최종 라운드에서 서로 격려하면서 치겠다”고 똑같이 말했다.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업십 연장전에서 져 준우승한 김지현(25ㆍ한화)은 선두에 3타 뒤진 6언더파 138타로 3위에 올라 생애 첫 우승에 도전장을 냈다. 첫날 7언더파 65타를 때려 단독 선두에 나섰던 하민송(20ㆍ롯데)은 2타를 잃어 4타차 4위(5언더파 139타)로 내려앉았다.
첫날 부진으로 컷 탈락 위기에 몰렸던 박성현은 이븐파 72타를 쳐 기사회생했다. 박성현도 날씨 덕을 봤다. 1번홀(파4) 보기에 이어 4번홀(파5) 더블보기로 하위권으로 추락한 박성현은 이후 버디 3개를 수확해 컷 기준 타수(5오버파 149타)를 가뿐하게 넘어섰다. 공동33위(2오버파 146타)로 2라운드를 마친 박성현은 “내일 작전은 딴 게 없다. 무조건 공격 앞으로”라며 대반격을 예고했다.
오지현(20ㆍKB금융)은 17번홀(파3ㆍ132m)에서 홀인원을 했다. 오지현은 8번 아이언을 치려다 맞바람을 보고 7번 아이언으로 바꿔 잡은 게 행운으로 이어졌다. 아마추어 시절에 한차례 홀인원 경험이 있다는 오지현은 프로 선수가 된 이후 첫 홀인원이라고 밝혔다. 오지현은 4,899만원 상당의 기아자동차 K9 승용차를 상품으로 받았다.
한편 이날 경기가 열린 롯데 스카이힐 제주 골프장에는 오전 한때 초속 7m가 넘는 강풍에 비까지 내려 오버파 스코어가 속출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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