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가장한 정씨 검은 돈
아들 회사ㆍ부동산 임대업체 거쳐
신씨에게 흘러 들었을 것 추정
정운호(51ㆍ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면세점 입점 등을 청탁하며 15억원을 건넨 신영자(74) 롯데복지ㆍ장학재단 이사장 아들의 회사가 사실상 신 이사장이 직접 관리하는 회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가 이를 로비 창구로 활용한 것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가 전날 압수수색을 실시한 B사는 신 이사장의 아들 장모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모씨가 대표로 등재돼 있다. 하지만 검찰은 사실상 이 업체가 신 이사장의 개인회사라고 보고 있다. 2002년부터 B사 대표를 맡은 이씨가 장씨가 아닌 신 이사장에게 수시로 경영 현황을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회사를 운영해 온 정황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신 이사장이 롯데 계열사의 운영에 관여한 2000년대부터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그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B사는 명품 및 해외 의류 등을 수입해 롯데면세점과 롯데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회사다.
검찰은 정 대표가 이러한 이유로 B사를 신 이사장에 대한 로비 창구로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 7월 정 대표는 B사와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내 점포 위치 조정이나 제품 진열, 재고 관리 등을 도와주고 수익의 3~4%를 수수료로 받는 계약을 맺었다. “브로커를 통해 네이처리퍼블릭의 면세점 입점을 위해 롯데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정 대표의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신 이사장의 금품 수수 단서를 포착했다. 정 대표와 신 이사장을 연결한 브로커 한모(58ㆍ구속기소)씨도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 대표가 B사와의 계약을 가장해 넘긴 돈이 신 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부동산 임대업체 S사로 흘러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S사는 신 이사장이 지분 55%, 자녀 3명이 45%를 나눠 가진 가족 회사로, 이 회사의 매출 전액이 B사에 건물을 임대해주고 얻은 수입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2010년 S사 설립 당시 대표를 맡았다 한 달 만에 신 이사장에게 대표 자리를 넘겼다.
정 대표와 신 이사장 간 ‘검은 거래’의 중심에 있는 B사의 대표 이씨가 이 같은 내용을 소상히 알고 있는 것으로 여긴 검찰은 전날 이씨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씨가 신 이사장과 공모해 뒷돈을 받았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씨는 조직적으로 로비 의혹 관련 증거를 인멸하도록 지시한 의심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B사는 압수수색에 대비해 메일 서버를 교체하고 임원들의 컴퓨터를 포맷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관련 자료가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내부 서류도 대대적으로 파기하는 등 조직적인 증거 인멸이 이뤄졌다고 판단한 검찰은 이 회사 전산실장 엄모씨를 소환 조사했다. 엄씨는 “지난달 중순쯤에 상부의 지시를 받고 자료를 파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일 브로커 한씨가 검찰에 체포된 후 신 이사장에 대한 의혹이 알려지기 시작한 때다. 검찰은 엄씨의 상관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고 압수한 자료에 대한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씨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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