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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360˚] 대작 사건으로 돌아 본 ‘통념 이탈자’ 조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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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360˚] 대작 사건으로 돌아 본 ‘통념 이탈자’ 조영남

입력
2016.06.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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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작 사건 때문에 여론의 도마에 오른 가수 조영남(71)은 스스로 가수 겸 화가라는 뜻에서 ‘화수’라고 칭한다. 화가로서도 꽤나 자신감이 있는 지 미술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신의 작품 가격에 대해 “중견 작가 수준”이라고 얘기한다.

그런 그가 대작 논란에 휩싸이며 자부심에 금이 갔다. 발단은 조씨의 그림을 대신 그려줬다고 실토한 대작 작가 송기창씨였다. 조씨는 이를 미술계 관행이며 저작권에 해당하는 아이디어는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술계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화가가 조수를 쓰는 것은 공공연한 관행이며 아이디어를 누가 제공했느냐가 관건이라는 주장과 일부 팝아트에서나 하는 일을 일반 회화까지 확대하는 것은 직접 그림을 그리는 대다수 화가들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한 켠에서는 대작이 관행이더라도 헐값에 부려 먹으며 이를 숨기고 폭리를 취한 조씨의 윤리의식 부재를 문제 삼았다.

결국 조씨는 3일 사기 혐의로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화가라고 당당하게 주장했던 그는 조사를 앞두고서는 “정통 미술하는 사람도 아니고, 어쩌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배려 없는 고집불통’ 화를 자초하다

문제는 조씨가 사회 통념을 벗어나는 일탈을 종종 당연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혼자 살아간다면 상관없을 지 모르지만 사회인으로서 그의 일탈은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대작 논란이 일자 조씨는 ‘관행’이라고 주장하며 피해자에게 돈으로 보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19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수가 그림 대부분을 그린 작품을 밝히지 않고 전시 혹은 판매했다면 사기’라는 응답이 73.8%였다. 법적 해석을 떠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씨의 생각이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렇지만 조씨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미국에서 신학대학을 나온 그가 2000년에 쓴 ‘예수의 샅바를 잡다’라는 책을 보면 완고한 성격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한마디로 예수는 그 당시의 문화, 역사, 예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백치청년이었고, 가방끈이 짧은 백치여서 무지막지한 윤리의 실천이 가능했고, 그런 무지막지한 윤리의 실천이 오늘날의 예수로 군림하게 된 요인”이라고 썼다. 기독교인들에게 충분히 논란을 불러 일으킬 만한 표현들이다. 그는 이를 예상한 듯 서문에 “나의 어설픈 예수론이 어떤 사람들에게 극히 불쾌하게 여겨진다고 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누가 뭐라든 조영남의 방식으로 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만의 길을 가겠다는 고집이 엿보인다.

조씨는 2005년에도 ‘맞아 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이란 책을 내고 제목처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책의 내용은 차치하고 제목부터 논란의 불씨가 됐다. 그는 친일(親日)이라는 말을 일본과 친하게 지내자는 뜻으로 썼지만 사회적 통념과 상당한 거리가 있어 문제가 됐다. 그때는 그도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큰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조영남의 젊은 여성에 대한 애정 공세는 말과 행동을 가리지 않는다. 왼쪽 위부터 KBSㆍMBC 방송 캡쳐, 개그맨 이경규 딸 이예림 인스타그램
조영남의 젊은 여성에 대한 애정 공세는 말과 행동을 가리지 않는다. 왼쪽 위부터 KBSㆍMBC 방송 캡쳐, 개그맨 이경규 딸 이예림 인스타그램

여성편력 : 자유로운 영혼인가, 제 멋대로인 바람둥이인가

조씨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여성편력이다. 그는 2007년 자신의 여성 편력을 다룬 책 ‘어느날 사랑이’를 냈다. 458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책 속에 배우 윤여정과 결혼, 윤씨와 미국 생활 도중 한국에 들어와 만난 여대생 P양과 사랑 등 젊은 시절 자유분방했던 여성 편력이 들어 있다. 여기에도 사회 통념과 어긋나지만 자신의 생각을 당연시하는 고집이 보인다.

그는 윤씨에게 외도 사실을 들킨 후 ‘결혼 생활은 유지하면서 여대생은 애인으로 두고 싶다’는 황당한 얘기를 했다고 한다. 이후 윤씨와 헤어지고 여대생 P씨와 함께 살지만 ‘아이들에게 이복 동생을 만들어 주지 않겠다’는 윤씨와의 약속을 지킨다며 P씨하고도 결국 헤어졌다.

조씨가 신학대학을 졸업하고도 목사가 되지 않은 것은 여성을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도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방송에서 유난히 젊은 여성들에게 과도한 애정 표현을 해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그는 방송에서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나 리포터와 포옹을 하고, 월간지 인터뷰에서 사춘기에 접어든 수양딸의 가슴 얘기를 하거나 젊은 아나운서를 여자친구로 뒀다는 발언 등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상대가 어떻게 느끼든 아랑곳하지 않고 벌이는 이 같은 그의 언행은 듣는 사람들을 민망하고 불쾌하게 만든다.

대작(代作)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방송인 겸 화가 조영남씨(71)가 3일 오전 사기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춘천지검검찰청 속초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대작(代作)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방송인 겸 화가 조영남씨(71)가 3일 오전 사기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춘천지검검찰청 속초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영남을 거울삼아 돌아본 한국사회

이처럼 구설수에 오를 만한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조씨에게 ‘문제아’ ‘사고뭉치’ ‘관심종자’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그런데 우리 사회 곳곳에서 또다른 조씨들을 숱하게 만날 수 있다.

인터넷을 조금만 들여다 보면 상대에 대한 배려나 타협 없이 강한 자기 주장과 생각을 내세우며 충돌을 택하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는 자신의 일탈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아집과 독선이 쌓이면 결국 소수자와 약자에 대해 배타적이고 몰염치한 행동이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게 된다.

조씨가 대작 작가에게 지급한 ‘헐값 보수’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노동자들의 문제와 궤를 같이 한다. 이재훈 한겨레신문 기자는 방송대학보에 기고한 ‘문제는 조영남이 아니다’(기고 보기)라는 글에서 “대중이 이 사건에 공분한 것은 한국 사회에서 수많은 이름없는 ‘하청업자’들이 빈번하게 협업이나 관행을 빌미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채 생산에 들인 땀을 인정받지 못하고 소외되기 때문”이라고 썼다.

조씨의 대작 사건은 개인의 문제이지만 우리 사회가 그런 일탈이 버젓이 통한 사회였다는 점은 다시 한 번 되돌아 봐야 할 부분이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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