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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또 위작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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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또 위작 스캔들

입력
2016.06.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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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미술에서 위작(僞作) 화가의 대표로 네덜란드의 한 반 메헤렌(1889~1947)이 흔히 꼽힌다. 그는 ‘그리스도와 간음한 여인’이라는 그림을 그리고는 이것을 17세기 네덜란드 미술의 주역이었던 요하네스 베르메르(1632~1675)의 작품으로 속여 나치의 2인자 헤르만 괴링에게 팔았다. 이로 인해 반 메헤렌은 2차 대전이 끝난 뒤 자국의 걸작을 나치에게 넘겼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그는 그림을 자신이 그렸다고 고백해 겨우 반역죄를 면했다. 그림은 당대의 미술전문가와 나치의 실력자마저 속일 정도로 완벽했다.

▦ 위작 시비가 서양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류보넨(劉伯年ㆍ1903~1990)은 자신이 그린 ‘이화궐어도’를 송대 화가 이연지가 그린 것으로 속였는데 이 작품이 상하이박물관으로 팔리고 다시 책자에 수록되는 등 세간의 관심을 모으자 큰 부담을 느껴 위작 사실을 실토한 적이 있다. 조선 최고의 화가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에 있는 ‘씨름’이나 ‘서당’ 등은 등장 인물의 왼손과 오른손이 바뀌거나 아이의 어깨가 지나치게 크게 그려져 누군가가 서툴게 베껴 화첩에 포함시켰을 것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 일본에 돈이 넘치던 1987년 야스다 해상보험은 당대 최고가인 3,990만달러에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샀다가 위작 논란에 휘말렸다. 위작 시비는 진품 판정이 난 15년 뒤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야스다는 이 그림으로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많은 관람료 수입도 올렸다. 현대의 위작 논란은 이처럼 미술이 재테크와 홍보, 자기과시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과 밀접하다. 반 메헤렌이나 영국의 톰 키팅(1917~1984)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미술계에 복수하겠다며 위작을 그렸다지만 대부분은 돈 때문이다.

▦ 한국 미술계가 뒤숭숭하다. 대작(代作) 문제로 가수 조영남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우환의 그림들을 위작으로 판정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천경자의 ‘미인도’ 역시 위작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도 의심을 받는다. 하지만 위작은 전문가조차 쉽게 가려내지 못한다. 그러니 어찌 보면 일반인의 미술 감상에서 위작인지 아닌지는 별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그림을 보며 작가와 시대의 이야기를 듣고 교양을 얻으려는 소박한 기대가 짓밟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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