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안에 실험실에서 원하는 유전자를 조합해 아기를 ‘생산’하는 일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인간게놈 프로젝트 완성을 통해 DNA를 구성하는 30억개의 염기쌍 배열을 해독한 지 10여년 만에 인간이 직접 인간게놈(유전체)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되면 질병에 약한 유전자를 제거하고 지력이 뛰어난 유전자를 삽입하는 등 ‘유전체 인조인간’을 만들어내는 것도 이론상 가능해진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제프 뵈커 미 뉴욕대학 랑곤 의료센터 전문의 등 합성생물학 전문 과학자 25명은 최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를 통해 “10년 내에 세포계 안의 인간 유전체를 모두 합성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인간게놈프로젝트(HGP)-작성(Write)’을 개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들의 새로운 인간게놈프로젝트 선언은 지금까지 유전체에 새겨진 정보를 읽어내는 데 주력했던 과학계가 앞으로 유전체를 직접 ‘쓰는’단계에 진입하겠다는 일종의 출사표이다.
이들은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발표문에서 “인간게놈합성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폭 줄이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며 “유전체 합성이 일반화된다면 환자들에게 이식할 수 있는 장기를 실험실에서 만들어낼 수도 있어 생명공학에 있어 혁명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과학자들은 우선 올해 안에 공공ㆍ민간 자금이 투입되는 1억 달러(약 1,188억원) 규모의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외신들은 프로젝트에 소요될 전체 비용은 30억 달러(3조5,700억원)를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유전체를 인간이 직접 조작하는 계획은 심각한 윤리 논쟁을 부를 것으로 보여 난항이 예상된다. 유전체 조작으로 난치병 정복 등이 가능해지지만 이른바 ‘신의 영역’으로 불리는 생명탄생에 직접 인간이 간여하게 되며 각종 열성인자의 인위적인 배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 국립보건원 원장은 2일 성명을 통해 “대규모 인간게놈 조작 프로젝트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현재의 과학적 능력을 넘어설 뿐 아니라 즉각적인 윤리적 경고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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