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ㆍKTㆍLGU+
접근 거부하면 앱 구동 안 돼
“마케팅 악용될라” 소비자 불만
직장인 박슬기(29ㆍ여)씨는 주문형비디오(VOD)를 시청하기 위해 모바일 인터넷(IP)TV 애플리케이션(앱) ‘옥수수’를 설치하려다 불쾌한 경험을 했다. 앱이 휴대폰의 사진 파일, 전화 걸기 등에 접근하겠다고 요구하자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박씨가 ‘거부’를 눌렀더니 앱 자체가 꺼져 버린 것. 박씨는 “영상 서비스에 굳이 전화와 사진 접근을 왜 허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못마땅해했다.
모바일 IPTV 서비스를 제공 중인 통신업체들이 서비스 이용 조건으로 과도한 접근 권한을 요구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접근 권한이 서비스 구동을 위해 필수적이지도 않은데다 자체 기술로 해결 가능한 부분임에도 앱 고도화 등의 노력 없이 접근 권한요구만 남발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 ‘옥수수’와 KT ‘올레tv 모바일’, LG유플러스 ‘LTE 비디오포털’을 이용하려면 각각 2개, 3개, 5개 항목에 대한 접근 권한을 모두 허용해야만 한다. 사업자마다 문자와 전화, 위치, 마이크 등 요구 권한도 다양하다. 접근을 거부하면 앱을 구동시킬 수 없다.
사업자들은 모두 필수적인 접근 권한이라고 입을 모은다. KT 관계자는 “영상 시청 중 전화나 문자가 오면 영상을 일시정지한 뒤 전화와 문자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VOD를 다운받는 경우에 필요한 접근 권한”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음성 검색, 맛집 검색 등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위치와 마이크 등에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이 운영 중인 모바일 VOD 서비스 ‘푹’의 경우 원하지 않는 소비자는 접근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자는 광고 메시지 발송 등 마케팅 수단을 이유로 접근을 요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거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푹의 설명이다. 저장소 접근 권한도 실시간 재생만 이용하는 고객의 판단을 존중해 거부할 수 있게 했다. 푹 관계자는 “영상 시청 중 전화받기 등은 접근 권한이 필수적인 게 아니다”며 “기술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앱 개발업체 관계자도 “사용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려면 접근 권한은 최소로 하고 사용자 판단에 따라 거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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