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 공장 늘렸지만
70% 이상이 지방 공단서 배출
노후경유차 운행 제한ㆍ부제 실시
지자체별 입장 달라 진전 없어
“10년 내 파리ㆍ런던 수준으로 개선”
시기 앞당겼지만 예산 마련 깜깜
정부가 3일 내놓은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은 ‘특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부처 간 이견과 여론 눈치보기에 급급한 탓에 경유 값 인상이나 경유차 환경개선부담금 부과 등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은 발표에서 제외됐다. 결국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대책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다. 이마저도 국내 대기오염물질의 배출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탓에 실효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헛다리 짚은 산업계 규제 방안
정부는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공장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수도권 지역 대기오염 물질(미세먼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총량관리제 대상을 기존 1ㆍ2종(연간 발생 20톤 이상 대규모 공장)에서 중형급인 3종(10~20톤)까지 확대하고, 2018년부터 허용량을 줄이는 식으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총량관리제란 정부가 사업장 별로 배출량 감축분을 할당하고 오염물질을 줄여나가는 제도다. 법 적용 대상 공장이 기존 270곳에서 400곳으로 늘어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수도권 이외 지역에 대한 대안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미세먼지(PM10)는 12만1,563톤으로, 지역별로 따졌을 때는 공단이 몰려 있는 경북(3만3,091톤) 충남(3만976톤) 전남(2만508톤) 세 곳이 전국 미세먼지의 70%를 배출했다. 수도권 지역(1만205톤)은 기껏해야 8.3% 수준이다. 미세먼지 배출원으로는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제조업 연소’가 66.6%(8만1,014톤)로 가장 많았다. 반면 정부는 노후 석탄발전소 10곳의 폐쇄 혹은 배출기준 강화를 강조했지만 화력발전소가 포함되는 ‘에너지산업 연소’는 전체 미세먼지 발생 원인의 3.7%(4,524톤)에 불과하다.
경유차만 미세먼지 주범? 건설기계나 농기계는
경유차에 대한 핵심 대책은 2005년 이전 생산된 유로3 이하 노후 경유차들의 수도권 환경지역(LEZ) 운행 제한과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차량 부제를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차량 부제의 경우 실시하는 미세먼지 고농도 조건에 대한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 LEZ 지정도 2014년부터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가 논의하고 있지만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클린디젤’이라며 국민을 속여 온 정부는 이미 운행 중인 경유차 820만대에 대해 배출가스 검사를 실시하고, 기준에 불합격하면 전면 리콜 조치해 배출가스 부품을 교체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기계나 농기계, 선박 등 ‘비(非)도로 이동오염원’에 대해서도 정부는 “질소산화물 배출기준과 엔진교체 등 저공해화 사업을 추진한다”는 원론적 대책만 제시했다. 2013년 기준 비도로 이동오염원이 내뿜는 미세먼지의 비중은 12.4%(1만5,167톤)로, 승용차와 버스 등 도로이동오염원 (9.9%ㆍ1만2,103톤)보다도 많았다. 이런데도 정부는 “미세먼지 주범은 경유차”라는 주장에 갇혀 실질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소요 예산 역시 미지수
정부는 연간 국내 미세먼지 목표 농도(20㎍/㎥)를 당초 목표한 2024년보다 3년 앞당겨 완수하기로 하고, 대기질을 10년 내에 파리나 런던 등 선진국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 확보책은 내놓지 않았다. 노후 화력발전을 개선하는 사업에만 연간 2조5,000억~3조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 전부다.
대책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시점도 논란이다. 친환경차 보급이나 경유버스의 압축천연가스(CNG)화, 에너지 신산업 육성 방안 등의 추진목표는 2020년까지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이번 임기까지만 버티고 다음 정권으로 떠넘기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도 “정부가 발표한 스마트 도시 구축 등 친환경 신산업 육성 방안은 공상과학에 가깝다”며 “고체연료의 대안으로서 원자력 등 대체연료를 얼마나 개발할 것인지 근본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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