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진지한 역할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코믹 연기의 새로운 강자로 인정할 때가 됐다. 배우 김명민의 스크린 복귀작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16일 개봉)를 보는 관객이라면 ‘조선명탐정’ 시리즈에 이어 다시 배꼽 잡을 각오를 해야 할 듯하다. 김명민은 이 영화에서 전직 경찰이었다가 변호사 사무실 브로커로 변신한 최필재를 연기하며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역할을 한다. 긴장감이 팽배해야 할 이야기인데도 “커피에 침 뱉었냐?” “빤쓰까지 싹 벗겨줄게” 등의 코믹한 대사를 던지며 웃음을 안긴다.
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명민은 “원래 애드리브는 잘 못한다”면서도 “필재의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기존 대사를 활용하며 웃음을 만들어 보려 했다”고 말했다.
김명민은 웃음과 그리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 3월 종방한 SBS ‘육룡이 나르샤’의 정도전을 비롯해 MBC ‘개과천선’ 속 변호사 김석주, MBC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MBC ‘하얀거탑’ 의사 장준혁의 모습은 진지하고도 진지하다. 영화 속 모습도 웃음보다 눈물, 부드러움보다 딱딱함에 더 가까웠다. 외과의사(‘리턴’)나 루게릭병 환자(‘내 사랑 내 곁에’)를 연기했고, 유괴된 딸로 고통 받는 목사(‘파괴된 사나이’) 역을 맡아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특별수사’에서는 삶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한 김명민과 마주하게 된다.
“브로커라는 배역이 상당히 매력적이었어요. 만약 변호사 검사 역할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겁니다. 처음 시나리오는 권종관 감독님의 메시지가 강해 무거운 영화로 비춰질까 오히려 걱정했어요. 이제는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간 느낌입니다.”
김명민은 변호사 김판수 역의 성동일과 호흡을 맞추며 절정의 코믹 연기를 선사한다. 두 사람은 억울하게 살인누명을 쓴 사형수 권순태(김상호)의 편지를 받고 재벌가 여사(김영애)가 간여된 사건의 진실을 쫓는다. ‘아재콤비’라는 영화 홍보 문구가 무색하지 않다.
‘조선명탐정’ 시리즈에서 오달수와의 연기 앙상블로 관객을 즐겁게 했던 김명민은 여배우 복은 유독 없는 배우다. 그는 “솔직하게 로맨틱 코미디를 정말 하고 싶은데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가 많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여러 역할을 오가며 매번 충실한 연기를 보여왔던 그지만 여전히 고민이 많다고. 그는 KBS 사극 ‘불멸의 이순신’을 시작으로 ‘하얀거탑’과 ‘베토벤 바이러스’를 통해 스타의 반열에 올랐지만 “대중을 만족시키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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