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34ㆍ시애틀)가 자신의 야구 인생에 평생 기억될 만한 하루를 보냈다. 3점 홈런에 메이저리그 첫 3안타 4타점 경기를 펼쳤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선발 출전이 아닌 대타로 이뤄낸 성과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에 따르면 대타가 3안타 4타점을 올린 사례는 2000년대 이후 네 번째다. 이대호에 앞서 2004년 필라델피아 체이스 어틀리(LA 다저스), 2012년 뉴욕 양키스 커티스 그랜더슨(뉴욕 메츠), 2014년 마이애미 저스틴 루지아노(텍사스)까지 3명 있었다.
이대호는 3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전에서 팀이 4-12로 뒤진 6회초 1사 2ㆍ3루에서 아담 린드 대신 타석에 들어서 좌월 3점 아치를 그렸다.
이대호는 상대 투수 브래드 핸드와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로 맞서다가 5구째 시속 132㎞ 커브를 받아 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이 홈런으로 시애틀은 7-12로 추격했다. 이대호는 지난달 31일 샌디에이고와 원정 경기에서 시즌 7호 홈런을 친 이후 3경기 만에 손 맛을 봤다. 이대호의 대타 홈런은 지난달 14일 텍사스전 이후 두 번째다. 당시 2-2로 맞선 연장 10회말 대타로 극적인 끝내기 2점 홈런을 날렸다. 시애틀 구단은 “이대호가 시애틀 구단 신인으로는 역사상 처음 데뷔 시즌에 대타 홈런을 2개 기록한 선수”라고 설명했다.
이대호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9-12로 따라붙은 7회초 2사 1ㆍ3루에서 브랜든 마우러와 풀카운트 접전 끝에 시속 154㎞ 직구를 우전 1타점 적시타로 연결했다. 다음 타자 크리스 아이아네타도 좌전 적시타를 때리면서 점수는 11-12, 1점 차로 좁혀졌다. 2사 1ㆍ2루에서 스테펜 로메로 역시 중전 안타를 날려 2루에 있던 이대호가 12-12 동점 득점에 성공했다.
7회초에만 9득점을 올린 시애틀은 16-12로 경기를 뒤집고, 7회말 1점을 내줬다. 이대호는 8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의 5구째 시속 132㎞ 체인지업을 잡아 당겨 좌전 안타로 만들었다. 이날 3타수 3안타(1홈런) 4타점 2득점으로 활약한 이대호의 시즌 타율은 0.275에서 0.301(83타수 25안타)로 올랐다. 3할대 타율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이다. MLB닷컴은 “이대호의 쇼는 계속 된다”며 “인상적인 홈런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팀은 5회까지 2-12로 끌려가다 극적인 16-13 대역전승을 거뒀다. 메이저리그에서 10점차 승부를 뒤집은 것은 2009년 오클랜드가 미네소타에 2-12로 지고 있다 14-13으로 역전한 이후 7년 만이다.
박병호(30ㆍ미네소타) 역시 빅리그 데뷔 한 경기 첫 3안타를 치며 슬럼프 탈출을 알렸다. 박병호는 이날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 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와 홈 경기에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3안타 1볼넷 2득점으로 활약해 팀의 6-4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4차례 타석에서 모두 출루에 성공했고, 안타 3개 중 2개를 2루타로 장식했다. 빅리그 데뷔 45경기 만에 3안타 경기를 펼친 박병호의 타율은 0.211에서 0.226(155타수 35안타)로 상승했다.
김현수(28ㆍ볼티모어)는 보스턴전에 2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이틀 연속 안타, 9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갔다. 시즌 타율은 0.382에서 0.367(60타수 22안타)로 떨어졌다. 팀은 12-7로 이겼다.
강정호(29ㆍ피츠버그)는 마이애미전에 4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7회초 대만 출신 왼손 투수 천웨인의 노히트를 깨는 2루타를 쳤다. 5타수 1안타를 기록한 강정호의 타율은 0.257로 조금 떨어졌다. 피츠버그는 연장 12회말 크리스티안 옐리치에게 끝내기 2루타를 맞고 3-4로 져 마이애미 원정 3연전을 모두 내줬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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