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형제가 불편할까?
오카다 다카시 지음, 박재현 옮김
더난출판 발행ㆍ244쪽ㆍ1만3,800원
내 것을 빼앗을지 모른다는 불안, 질투, 원망을 안기는 최초의 타인은 누구일까. 처음 직면하는 사회, 즉 가족 안에서 맞닥뜨리는 첫 경쟁자, 바로 형제자매다. ‘나는 왜 형제가 불편할까’는 “타인의 시작”인 형제자매 간의 갈등을 속속들이 들여다 본 책이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오카다 다카시가 썼다. 도쿄대 철학과 재학 중 중퇴하고 교토대 의과대학에 들어가 정신과 의사가 된 특이한 이력의 그는 일본에서 정신의학, 뇌과학 분야 저서로 주목 받는 저자다. 27년의 임상 사례 등을 토대로 그 심리를 풀어냈다.
“성경에 따르면 인류의 절반은 동생을 죽인 카인의 후예”라는 비장한 예시로 시작되는 책은 가족심리 이슈 중 주로 부모-자식 관계나 부부관계에 꽂혀있던 시선을 비로소 형제자매 관계로 돌린 심리서처럼 보이지만, 여느 육아서 못지않게 시종일관 부모들을 호명하고 겨냥하고 타이른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최대 요인이 부모의 태도라고 보기 때문이다.
“형제자매 관계는 본질적으로 (부모를 한 꼭지점에 둔) 삼각관계”라는 전제 하에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부모의 ‘미숙한 자기애’다. 부모로부터 사랑 받으며 자기애를 충족하던 아이들은 커가며 이를 내려놓고 양보, 희생 등이 가능한 인간으로 성장한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도 자기애로만 똘똘 뭉친 ‘유치한 어른’들이 양육과정에서 내뿜는 허영, 과장, 독선이 아이를 망칠뿐더러, 형제자매를 갈라놓는다는 것이다. 아이를 자신의 분신으로 여기거나, 제 기준으로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로 분류해 강조하고, 비교하고, 편애하고, 경쟁시키고, 싸움을 붙이는 태도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아이들은 태어난 순서에 따라 비교적 낙천적이거나(맏이), 현실적이고 근면하고 자립심이 높거나(둘째), 사회성이 뛰어나고 헌신적이거나(막내), 이상주의자(외동)인 등 나름의 기질을 지니기도 하는데, 이 기질과 부모의 편애 등이 잘못 뒤엉킬 경우 형제자매간 반감이 커지기도 한다. 불행의 원인을 상대방에서 찾기 대문이다. 루소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닮았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반대였던 형은 17세에 집을 뛰쳐나간 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왈츠의 왕’ 슈트라우스 2세의 막내 동생이 평생 질투심에 시달리다 형이 죽은 직후 형의 악보를 모두 불태운 비화 등을 비롯해 힐러리 클린턴, 니체, 피카소, 버락 오바마 등의 사연도 소개한다.
마지막 장은 화해의 요령 등을 다루지만, “오해와 상처를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형제자매가 오히려 강한 유대감의 지지자가 될 수 있음을 재고하라”는 등 제언이 다소 추상적 수준에 그치는 점은 아쉽다. 이미 망가진 관계를 돌이키고자 하는 성인 형제자매가 당장 활용할 수 있는 팁은 별로 없단 얘기다. 천사 같기만 한 자녀들이 왜 이렇게 다투는지 영문을 알 수 없던 참이라면 훑어 볼만 하다. 전문서나 연구결과 등을 끌어오기보단 일상어로만 풀어내 술술 읽힌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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