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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ㆍ여혐’ 대한민국에 때맞춰 찾아온 프랑스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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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ㆍ여혐’ 대한민국에 때맞춰 찾아온 프랑스책들

입력
2016.06.0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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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의 새로운 얼굴들

세르주 알리미 외 지음ㆍ이진홍 옮김

르몽드코리아 발행ㆍ310쪽ㆍ1만6,800원

악어 프로젝트

토마 마티외 지음ㆍ맹슬기 옮김

푸른지식 발행ㆍ184쪽ㆍ1만5,000원

평가가 어떻든 이용자 대다수가 남자인 극우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는 영향력이 있다. 뉴스가 되는 그들의 많은 언행 중 특히 여성을 혐오의 대상으로 만드는 그들의 어법은 가히 충격적이다. 신간 ‘극우의 새로운 얼굴들’은 일베의 속성을 분석한 글을 실었다. 프랑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단행본을 번역한 이 책은 국내외 필진 36명의 33편 글을 한 데 묶어 극우세력의 실체와 그 위험성을 담아냈다.

김수진(서울대 여성연구소 책임연구원), 윤보라(서울대 협동과정 여성학전공) 두 필자가 쓴 글에서 일베는 ‘팩트 추종자’로 묘사된다. “‘좌파’가 선동과 감성에 의존하는 반면 자신들이야말로 ‘팩트’에 근거한 이성적 판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믿”는 일베는 “특정 사건이 터지면 무조건 트집을 잡”는 사람들을 팩트로 무장한 혐오의 논리로 공격한다고 책은 설명한다. 그들의 눈에 “비이성적이며 이익 추구를 위해서는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타인이나 공적 질서에 떠넘기는” 것으로 보이는 여성들은 호남, 좌파와 함께 ‘혐오 받아 마땅한 존재들’로 한데 묶여 일베의 세계에서 만난다.

필자는 바로 이어 “‘팩트’란 언제나 불완전하다”는 말로 일베가 처한 딜레마를 지적한다. “하나의 사실은 언제나 그것을 둘러싼 서로 다른 입장과 감성을 지닌 주체들에 연루돼 있”기 때문에 “해석과 감성에서 온전히 분리해낸 흠집 없는 완전무결한 팩트의 세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그들이 내놓는 충고다.

‘악어 프로젝트’에서 성관계를 거부당한 남성은 “네가 흘리고 다니니까 남자들이 꼬이는” 것이라며 오히려 여성을 비난한다. 푸른지식 제공
‘악어 프로젝트’에서 성관계를 거부당한 남성은 “네가 흘리고 다니니까 남자들이 꼬이는” 것이라며 오히려 여성을 비난한다. 푸른지식 제공

극단적인 경우에서 찾지 않아도 ‘여성혐오’로 읽히는 폭력적인 언행은 이미 일상 속 깊숙이 스며 있다. 지난달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여자들이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우리는 공포를 느끼고 폭력을 당했다”고 증언하자 “남자이기 때문에 당한 일도 많다”거나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는 거냐”는 식의 답변이 나온 게 그 예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만화 ‘악어 프로젝트’는 점차 심화하는 남녀 갈등 상황에 강력하면서도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억지로 성관계를 하려다 실패하자 “네가 흘리고 다니”는 게 문제였다고 여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남자 등을 책은 아주 노골적으로 묘사한다. 책은 가해자뿐만 아니라 모든 남자를 녹색의 악어로 표현했다. 이는 남성 독자들조차 사람으로 표현된 여성 인물에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입하게 만들며 동시에 언짢게도 한다. 그래서 책은 양성 평등 국가로 익히 알려진 프랑스에서조차 “우릴 어떻게 보는 거냐”는 반발과 함께 많은 사회적 논란을 낳았다. 그러나 긴 고민 끝에 저자가 모든 남자를 포식자 이미지인 악어로 그렸던 것은 “여성의 관점에서는 남성이 좋은 남자와 공격자, 이렇게 두 가지 범주로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 현실을 말하기 위함이다.

많은 남성들이 강남역 살인사건을 보고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며 자신들의 에고를 보호하는 데만 치중했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두 책이 참 적절한 시기에 우리 앞에 놓였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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