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방의회가 2일(현지시간) 1차 세계대전 기간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아르메니아인 150만명을 숨지게 한 사건을 '집단학살'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터키 정부는 즉각 반발해 주독일 터키대사를 소환했고 추가 대응을 경고했다.
연방의회는 2일 만장일치 거수 찬성으로 아르메니아 집단학살 결의안을 채택했다. 일찌감치 예고된 결의안은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은 물론 사회민주당과 녹색당도 지지하고 있어 처리 시기만이 문제였다.
이번 결의안은 아르메니아인들의 운명은 20세기에 있었던 대량학살, 인종청소, 축출, 그리고 집단학살 역사의 한 사례라고 규정하고, 1차 대전 때 오스만제국과 손잡은 독일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에드워드 날반디안 아르메니아 외교장관은 결의안 통과를 환영하며 “아르메니아 집단학살의 국제적 인식과 비판에 기여한 중요한 결단”이라고 말했다. 반면 터키는 즉각 반발했다. 비날리 을드름 터키 총리는 “인종주의자 아르메니아인들이 로비로 이번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비난했다.
터키는 공식외교절차로도 항의 의사를 밝히기 시작했다. 마르틴 에르트만 주터키 독일대사를 불러 항의하고 아브니 카르슬롤루 주독일 터키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대사 소환이 터키의 첫 대응조치에 불과하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르메니아 집단학살은 1915년 아르메니아 기독교인 150만명이 오스만 투르크 제국에 학살당했다는 주장이다. 1차 세계대전에서 수세에 몰렸던 오스만 제국이 아르메니아인을 대거 사막지대로 추방해 굶주림과 갈증으로 숨지도록 내버렸다는 것이다. 이들 중 수천명은 실제로 대량학살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프랑스, 러시아, 프란치스코 교황 등이 아르메니아인의 대량 사망을 집단학살로 인정한다. 터키는 집단학살 규정을 거부하고 희생된 아르메니아인 대부분은 전쟁 가운데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숫자 또한 과장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