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처리 후 건조된 조미김
과도한 세균수 잣대로 전량 반송
의료기기 국제 공인 불인정
수입허가 대기만 최장 반년
자국산업 보호 명분 장벽 26개나
최근 4년간 통관 거부 9043건
“기술 집약ㆍ차별화로 넘어서야”
올해 3월 중국 산시성으로 수출됐던 한국산 조미김이 전량 반송 조치됐다. 통관이 거부된 조미김은 무게로 670㎏, 금액으로는 2만달러에 달한다. 중국 정부가 한국산 조미김을 문제 삼은 것은 ‘세균’ 때문이었다. 이 조미김에서 중국 위생기준치 최대 17배에 달하는 세균이 검출됐다는 것인데, 중국의 조미김 세균 수 기준은 100g당 3만CFU(세균 개체수) 이하다.
문제는 이 기준이 지나치게 과하다는 것이다. 통상 식중독균 등 유해세균을 제외한 일반세균의 경우 100g당 100만CFU가 넘어야 부패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게다가 조미김은 제조 과정에서 이미 가열 처리되고 건조 상태로 유통되기 때문에 국내서는 아예 세균 수 별도 기준을 마련하지 않을 정도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비관세장벽에 또 당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지난해 12월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중국 시장의 문이 한국에 활짝 열렸지만, 여전히 일부 업종에서는 중국 특유의 비관세장벽에 발목 잡혀 무관세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관세장벽은 관세 이외의 수단을 이용해 무역에 장벽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2일 한국무역협회의 국가별 비관세장벽 현황에 따르면 중국의 비관세장벽이 26개로 가장 많다. 2위 인도네시아(5개), 3위 일본(4개), 4위 미국(3개) 등을 압도한다. 최근 4년간 중국으로 수출된 제품 중 비관세장벽 때문에 통관 거부된 사례는 9,043건에 달하고, 작년 한 해 동안만 1,067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대표적 비관세장벽은 기술무역장벽(TBT·Technical barriers to trade)이다. TBT는 무역상대국간에 서로 다른 기술규정, 표준 및 적합성 평가절차 등을 적용해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중국은 의료기기 수입을 허가할 때 국제공인시험성적서를 인정하지 않고 자국 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이 발행한 시험성적서만 인정한다. 하지만 이 성적서를 발급받으려면 평균 3~6개월의 대기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유효기간이 발급일로부터 12개월까지라 기간이 지나면 재발급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이러다 보니 중국으로 의료기기를 수출하는 기업은 인허가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걸려 제품출시가 늦어지고, 그 사이 국내기업을 벤치마킹한 중국기업이 추격해 와 사업진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중국은 또 쇠고기, 우유, 이동통신제품, 자동차제품 등 45개 분야 537개 품목에 수입허가증 관리제도를 운영하는데, 이 허가증을 받는데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린다. 규정이 바뀌는 것도 다반사다. 위생증명서를 받는 것도 만만찮다. 유통기한이 14일인 우유의 위생증명서를 받는 데 5일이 걸리고, 유통기한이 5개월인 라면의 경우 위생증명서를 받아 소매점까지 배송되는 데만 두 달 반이 걸리기도 한다.
중국의 비관세 장벽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높은 건, 아직까지 완벽한 시장경제체제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철 서강대 교수는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는 단계이다 보니 정부 주도 하게 자국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지방정부마다 규정이 다른 것도 비관세장벽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협상으로 비관세 장벽을 걷어내는 노력과 함께, 아예 비관세장벽을 뛰어 넘는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전략이 필요할 때라고 조언한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거대한 시장인 만큼 살아남으려면 차별화가 필요하다”라며 “중국측이 비관세장벽을 내세울 수 없을 정도로 기업들이 기술집약적이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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