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잇달아 軍 방문
17일엔 국방안보연구소 발족
당내 전직 장성들 30여명 방치
10여명은 탈당 국민의당으로
“단발성 이벤트” 비난 쏟아져
더불어민주당이 연이어 군을 방문하고 국방안보연구소를 창설하는 등 안보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당은 “수권정당의 역량을 강조하기 위한 준비된 전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어렵게 영입한 국방안보 전문가들을 외면하고 당내 전문인력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아 ‘호국보훈의 달’을 겨냥한 단발성 이벤트일 뿐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만만치 않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1일 해병대 2사단 본부를 방문한 데 이어 8일에는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더민주는 또 이달 중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초청해 소속 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강연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맞아 당 비대위 회의실에 ‘살피는 민생ㆍ지키는 안보’라는 배경막까지 내건 더민주가 다양한 방식으로 ‘안보정당’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셈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국방안보 이슈에 소극적’이라는 기존 야권의 이미지를 바꾸고 안보를 중요하게 여기는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더민주는 나아가 오는 17일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산하에 국방안보연구소를 발족할 방침이다. 연구소장은 19대 국회에서 국방 분야 몫으로 비례대표 공천을 받은 백군기 전 의원이 맡는다.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은 “당 산하에 현안에 대응하는 국방개혁 특위가 있어, 연구소는 장기적인 정책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의원은 “연구소 내 분과별로 전문 인력을 충원, 당에 도움이 되는 국방안보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몰아치듯 진행되는 더민주의 국방안보 영역 강화 움직임에 대해 당내에서조차 아직은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전 대표가 ‘든든한 안보, 유능한 안보정당’이라는 기치 아래 영입한 30여명의 전직 군 장성들을 방치하고, 지난 총선 때 양승숙 전 국군간호사관학교장을 당선권 밖인 비례대표 25번으로 홀대한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이다. 당시 영입된 장성 30여명 중 10여명은 더민주를 탈당,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는 또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브레인’ 역할을 하는 국방 전문위원 자리를 8개월째 타 상임위 소속 전문위원에게 맡기고 있다.
이처럼 국방 이슈를 당에서 홀대하다 보니 20대 국회에서 국방위원회를 지원하는 더민주의원들도 극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 핵심 관계자는 “국방위를 1순위로 지망한 의원이 거의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2ㆍ3 순위 지망자들이 있어 상임위 구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 분야에 정통한 당내 관계자는 “이미 소를 잃었는데 외양간만 고친다고 내실 있는 안보 정당이 되겠냐”며 “전문위원을 관련 전공자로 충원해 정책적 기반을 닦고 실효성 있는 특위 활동을 보장하는 등 외면해 왔던 당내 기초 역량부터 튼실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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