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수업이란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서 신체활동을 포함한 적절한 과업을 수행하며 이 과정에서 자유로운 탐구가 이뤄지되, 교사가 절반 정도는 내용을 이끌어 가는 수업"(10쪽)이라는 저자들의 생각에 이의를 제기할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수다한 학생들이 공부를 포기하고 수업시간에 잠을 청하는 이른바 ‘교실붕괴’ 현상을 흔들어 깨울 이상적 수업의 본보기로 저자들은 교육연극(학생들이 협력해 연극을 활용하는 수업)을 제시한다. 이 책은 중학교 사회교사인 두 저자가 각자 20년 이상 실천해온 연극 수업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마침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될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특징이 연극 교육 확대인 만큼, 수업 현장에서 선구적으로 연극 기법을 활용해온 저자들의 경험이 교사나 학생들에게 좋은 참고가 될 듯하다.
저자들은 교육연극 실행 과정을 웜업(warm upㆍ준비운동)→준비→공연→팔로우업(follow upㆍ후속작업)의 네 단계로 제시한다. 교사든 학생이든 다른 사람 앞에서 몸짓과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만큼 각자의 표현 본능을 깨우고 학기 초 교실에 드리운 서먹함도 걷어내기 위한 과정이 웜업으로, 가사 속 자음을 모두 빼고 동요를 부르는 ‘오아이 게임’, 동료 학생을 ‘재료’로 삼아 문학작품 속 인물이나 장면을 표현해보는 ‘조각가와 움직이는 작품’ 등이 사례로 제시된다.
게임을 닮은 이러한 연극놀이로 몸과 마음을 푼 뒤 본격적으로 교육연극에 들어간다. 연극이 종합예술이듯 “교육연극 역시 종합수업”(112쪽)이라고 규정하며 저자들은 문학 정치 경제, 나아가 수학 과학에 이르는 다양한 교과에 연극 기법을 접목한 수업 사례들을 매뉴얼 형식을 빌려 다채롭게 소개한다. 예컨대 일주일의 가을방학 동안 친구와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지,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할지, 중간고사 준비를 할지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선 학생을 소재로 연극을 만들면서 편익, 기회비용, 합리적 선택 등 경제학의 기본 개념을 배우는 식이다. 저자들이 ‘구&권 모형’이라고 이름 붙인, 교육연극과 토론수업을 접목해 창안한 수업 방법도 흥미롭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를 택해 학생들이 찬성-반대 측으로 나뉘어 상대편 모둠 공연에 개입(세 번까지 공연 중단을 요청한 뒤 논쟁할 수 있다)하고 토론하는 것이 골자다.
어떤 수업 형식을 택하든지 학생들이 자신이 맡았던 배역의 입장을 그대로 내면화하지 않도록 공연 후 자신의 역할을 반성적으로 되돌아보는 팔로우업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이와 더불어 교과 공부라는 ‘실질’과 연극이라는 ‘형식’을 적절히 결합하고 진행할 수 있는 교사의 역량이 교육연극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도 저자들은 여러 차례 강조한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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