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가입자들의 납입금 50억원이 애꿎은 보험사기 일당에 넘어갔다. 보험사의 허술한 입원특약 관리 관행을 악용, 50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가짜 환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허위 입원을 통해 보험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권모(53ㆍ여)씨 등 가짜 환자 7명을 구속하고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 등 가짜 환자 20명은 1인당 6개에서 20개의 보장성 보험에 가입하고 입ㆍ퇴원 관리가 허술한 부산과 경남의 병원을 돌며 2008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보험금 총 50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기간 이들은 적게는 282일에서 많게는 2,437일을 입원하며 1인당 1억~5억원 가량의 보험금을 받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가짜 환자들은 주부, 노점상, 노래방 업주, 보험설계사 등으로 다양했다. 사기 혐의로 구속된 과일상 권씨는 같은 질병의 보험금 지급일수가 최대 120일이라는 것을 알고 퇴원 당일 병명만 바꿔 같은 병원에 재입원하기도 했다. 또 주부 김모(58)씨는 요추부 염좌 등으로 진료를 받으며 한 병원에서만 2,032일을 입원했지만 경찰의 분석결과 입원 적정일수는 하루도 되지 않았다. 조사결과 가짜 환자 20명의 입원 적정비율(실제 입원일 대비 적정 입원일수)은 2~3%에 그쳤다. 보험금을 타내려고 치료에 필요한 입원일보다 지나치게 많이 병원에 머물렀다는 의미다.
경찰은 요양급여비를 부풀려 받으려고 허위 입ㆍ퇴원서를 발급한 병원 관계자와 브로커 등 12명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환자들의 입ㆍ퇴원서를 형식적으로 관리하거나 입원환자를 대면조차 않고 보름 단위로 처방전을 작성하는 등의 수법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7년여 간 요양급여비 8억여원을 챙긴 혐의다.
박용문 부산경찰청 지능수사대장은 “사보험은 건강한 사람들이 낸 보험비를 아픈 사람에게 지급하는 방식인데, 이번 사건은 50억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선량한 사람들이 나눠서 낸 셈”이라며 “피해가 다른 가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만큼 앞으로도 보험사기는 적극 수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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