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공시생 가족도 빈소 찾아 사과
1일 퇴근길 만삭의 아내와 5살배기 아들이 보는 앞에서 ‘날벼락’같은 사고로 숨진 전남 곡성군 양대진(40) 주무관의 슬픈 사연을 애도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일 광주 그린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양 주무관을 덮쳐 숨지게 한 공시생의 아버지와 친형이 찾아 유가족을 만나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이들 역시 소중한 자식을 잃은 처지였지만, 슬픔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날벼락 같은 사고를 당한 양 주무관 유족을 위로해 지켜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양 주무관의 유족들은 3일 장례를 마치고 공시생 가족을 정식으로 만나 공식적인 사과를 받기로 했다.
양 주무관의 유족은 “공시생의 가족도 어렵게 사는 것으로 안다”며 “그들도 가족을 잃은 슬픔이 얼마나 크겠느냐, 보상은 바라지도 않고 진심 어린 사과를 받으면 그걸로 됐다”고 말했다고 곡성군 관계자는 전했다.
유근기 곡성군수를 비롯한 군청 공직자들은 이날 정례조회와 직원교육 등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밤늦게까지 빈소를 지켰다. 유 군수는 전날 오후 2시쯤 양 주무관의 부인과 6살 아들이 빈소에 나타나자 안타까운 마음을 참지 못하고 통곡해 주위를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빈소에는 국무총리,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보낸 조화와 전남도지사와 국회의원이 보낸 조기가 양 주무관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본인을 ‘곡성군에서 청소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장모(74)씨는 “양 주사님 청천벽력에 이게 무슨 일입니까. 부모를 탓해야 할지 세상을 나무라야 할지 이것 밖에 드릴 말이 없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부조금 50만원을 전달했다.
7년차 늦깎이 공무원인 양 주무관은 근무연수 10년 규정을 채우지 못해 연금수급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족을 돕고 싶다는 문의 전화도 이어지고 있다.
곡성군은 이를 고려해 양 주무관이 ‘순직’ 처리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곡성군은 공무원 연금법 시행규칙 14조에는 ‘출퇴근 중의 사고로 인한 사망의 경우 공무상 사망으로 본다’는 규정을 적용할 예정이다.
곡성=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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