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 대외거래 완전 마비할 수준의 강력한 대책 8월까지 잇따라 발표
2005년 BDA 대북제재보다 훨씬 포괄적… 북한 전체 대상 전방위 압박
편법 달러 거래까지 적발 의도
제3국 은행과 거래 단절 효과
北, 中과 위장회사 이용해 교역
미국이 中 은행에 철퇴 내릴 땐
양국 경제전쟁으로 번질 우려도
미국이 1일(현지 시간)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한데 이어 8월까지 북한의 대외 거래망을 완전 마비시키는 수준의 강력한 제재를 최소 4, 5개 잇따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금수조치에 협조하지 않는 전세계 항구ㆍ공항 명단을 공개하고, 김정은 정권의 최대 외화수입원인 해외 인력송출을 차단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5년 방콕델타아시아은행(BDA) 제재와 비교해 북한 전체를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훨씬 포괄적인 조치다. 그러나 북한이 BDA 사태로 곤욕을 치른 이후 국제 금융기관과의 공식 거래를 피하며 차명 계좌나 위장 회사 등을 통한 다양한 편법 수단을 활용해온 만큼 이번 조치가 실질적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2005년 9월 15일 마카오 소재 BDA에서 북한의 불법적 자금 흐름을 포착,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해 큰 파장을 낳았다. 미국 은행들이 BDA와의 거래를 중단하자 예금주들이 불안을 느껴 대규모 현금 인출을 요구, 하루 만에 은행 자산의 3분의 1인 1억3,3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이에 마카오 당국은 북한 관련 계좌 50개를 동결했고, BDA에 예치된 2,500만 달러의 북한 통치자금도 묶여 버렸다.
당시 베이징에서 열린 북핵 6자 회담에서는 북한 비핵화 로드맵이 담긴 9ㆍ19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북한도 사태 초기엔 BDA 제재 효과를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 동결 자금 반환을 요구하는 북한의 반발로 6자 회담은 1년 이상 난항을 겪었다. BDA 사태로 국제 금융기관들은 북한 은행과의 거래를 피했고, 북한도 제3국에 위장 회사를 만들어 거래하는 등 다양한 편법을 동원하게 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올해 4월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에서도 북한이 2006년 영국인 명의로 ‘DCB 파이낸스’라는 유령회사를 만들어서 국제 금융기관과 거래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이번에 은행 차원을 넘어 북한 자체를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 국제 금융 기관들이 북한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것은 물론, 위장 회사까지 포함한 편법 거래까지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는 “달러 거래는 미국 은행 시스템을 거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위장 회사를 이용한 수상한 달러 거래까지 적발하겠다는 조치”라며 “제3국 은행들로선 북한과의 거래가 적발될 경우 BDA처럼 큰 위기를 맞을 수 있어 자발적으로 거래를 단절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40여 개국에 파견된 북한의 해외 노동자들도 국제 금융기관을 이용해 북한에 송금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정부 설명이다.
문제는 북한 해외 노동자들이 이미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인편을 통해 돈을 송금하는 등 북한이 오래 전부터 국제 금융시스템 바깥에서 적응해왔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은 최대 교역 파트너인 중국과도 공식적인 은행 거래 대신 위장 회사 등 다양한 편법으로 금융 거래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3월 2일 채택된 유엔 대북제재 결의 2270호도 북한 은행의 해외 지점 폐쇄, 국제 금융기관의 북한 내 사무소 폐쇄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이미 중국 내에 북한 은행 자체가 없어 유명무실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중국 금융 당국이 차명 계좌나 유령 회사를 이용한 편법 거래를 어느 정도 단속하느냐에 따라 제재 효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이번 조치의 실효성은 북한의 편법 거래 정보를 미국이 얼마나 파악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과 편법으로 거래하는 중국 은행에 대해 실제로 ‘철퇴’를 내리는 조치를 취할지도 지켜 봐야 할 대목이다. 이 경우 미중 간 경제전쟁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조치가 북한 주민 개인이 외국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는 것까지 막는 것은 아니어서 중국 은행을 이용하는 북한 무역상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용창 기자 hermeet@hankookilbo.com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