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현장소장ㆍ관리자 부재 확인
환풍기ㆍ경보기 미설치 추정도
연결밸브 개폐 여부 등 집중조사
“안전관리 매뉴얼은 국제적 수준입니다.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게 문제지요.”
또 ‘안전불감증’이었다. 1일 14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폭발ㆍ붕괴 사고(본보 2일자 1, 10면)의 원인도 과거 유사사고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다르지 않았다. 작업 후 가스통(LP)을 옥외저장소에 보관하지 않는 등 안전관리에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이다.
황홍락 남양주서 형사과장은 2일 브리핑에서 “작업이 끝나면 공사 현장에 있는 산소통과 가스통을 저장소로 옮겨 안전하게 두는 게 원칙인데 사고 전날 그대로 두고 퇴근했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가스가 누출됐는지, 가스가 얼마나 남아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현장감식 등을 통해 수사 중이라고 했다. 산소ㆍ가스통에 직접 연결된 밸브가 열려 있었는지, 가스통과 연결된 호스가 (지하로) 내려와 있었는지 등에 대해선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경찰은 가스통 밸브가 열려있었고 손상된 호스가 지하 15m 아래에 있는 작업장에 놓여 있었다면, 공기보다 무거운 가스가 사고 당일 아침까지 밤새 누출돼 바닥에 깔려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안전 총괄책임자인 ‘매일ENC(하청)’ 현장소장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점검 등의 책임자인 포스코건설(원청) 안전관리자 역시 부재 중이었다. 규정상 화재 발생이나 위험 작업을 할 때 현장에 있어야 하는 감시인의 존재도 불확실한 상태다.
경찰은 하위 직원이 일용직 근로자 등을 상대로 작업 전 ‘대리교육’을 한 것에 대해선 규정에 어긋나는 것인지 따져보고 있다. 서류 상 기재된 안전점검과 교육이 실제 이뤄졌는지도 확인 중이다.
또 지하 공사장에는 환풍기나 가스누출 경보기 등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작업 전 산소나 가스농도를 측정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233조 등)은 가스 등이 폭발할 우려가 있는 공사장에서는 통풍, 환풍 등을 하도록 돼 있다. 작업 시작 전에는 가스의 농도 등도 측정해야 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잘 갖춰진 기준이 지켜지지 않아 되풀이된 사고”라고 진단했다.
경찰은 이날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합동 감식을 했다.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하도급업체인 매일ENC 간 계약서, 건축물 설계도서, 건축허가 관련 서류, 작업일지 등도 확보해 분석 중이다.
이번에 숨지거나 다친 근로자들은 모두 하도급업체와 계약을 맺은 일용직 근로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2명은 폭발의 원인으로 지목된 철근 용단작업을 하는 용접공으로, 1명은 사망하고 1명은 중상이다.
남양주=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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