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종(61) 새누리당 의원이 이사장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국기원이 3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원장 선임을 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홍 이사장이 이날 이사회에 이사 자격으로 참석해 특정 인사를 원장으로 앉히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임기만료를 불과 10여일 앞둔 홍 이사장이 신임 원장을 선출하려는데 대한 반발기류가 거세다.
홍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태권도인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16일로 3년 임기가 끝나는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최근까지도 연임 시도 흔적이 관측됐던 홍 이사장의 급작스런 포기 결정 배경은 태권도계의 곱지 않은 시선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집회까지 열었던 태권도 원로들을 비롯한 태권도계는 “홍 이사장은 선출 과정에서부터 정관을 지키지 않는 부정선거로 잡음이 있었고, 취임 후에는 고가의 관용차 구입, 이사 단독 임명, 국회의원 동료 2명 등과 로스앤젤레스 외유를 가면서 국기원 경비를 사용해 큰 물의를 빚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홍 이사장이 상처뿐인 이사장직에 미련을 거두기로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국기원이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차기 이사장 선출에 앞서 돌연 3일 이사회를 열기로 하면서 의구심이 일고 있다. 태권도계 안팎에선 홍 이사장이 자신의 심복을 국기원 원장에 앉히려는 꼼수를 쓰는 게 아니냐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날 이사회를 통해 오현득 원장 직무대행이 원장에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현득 직무대행이 홍문종 이사장의 국기원 입성을 위해 뒷바라지했다는 건 태권도계에선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사장이 국기원을 대표하는 대외적 총수라면 원장은 국기원을 관할하는 대내적인 최고 수장이다. 만약 오현득 직무대행이 원장으로 선임된다면 홍 이사장의 다소 이른 연임 포기 선언과 긴급 이사회를 연 배경에 의혹의 눈초리를 지울 수 없다. 이날 이사회에는 홍 이사장을 포함해 총 12명의 이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25인 이내로 구성할 수 있는 숫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더구나 오현득 직무대행은 태권도 단증이 5단에 그쳐, 상위 단증을 보유한 원로들과 화합하기에는 적임자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태권도인은 “5단에서 9단까지 올라 가는 데는 최소 28년이 걸리는데 오 직무대행의 국기원 원장선임은 낙하산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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