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대패 속에서 발견한 유일한 위안거리는 K리거들의 분전이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2ㆍ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전개된 스페인의 위력적인 패싱 게임에 한국의 수비 라인은 속수무책이었다. 수비수들간 소통도 잘 이뤄지지 않아 맨마킹(1대1 수비)에도 문제를 드러냈다. 윤석영(26ㆍ찰턴)과 장현수, 김기희(27ㆍ상하이 선화), 홍정호(27ㆍ아우크스부르크), 곽태휘(35ㆍ알 힐랄) 등 해외파 수비수들은 실점 후 급격히 흔들렸다. 경기 중반부턴 압박도 실종됐다. 공격에서도 손흥민(24ㆍ토트넘 홋스퍼)이 슈팅 1개에 그쳤고, 기성용(27ㆍ스완지시티)의 움직임은 무뎠다. 기성용은 경기 후 “첫 두 골을 연달아 내준 후 급격히 무너졌다”며 정신력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주세종-이재성 골 합작… 한 줄기 빛 된 ‘K리거’
0-5로 ‘영패’의 그림자가 드리우던 후반 38분 주세종(26ㆍFC서울)은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리며 슈틸리케호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냈다. 주세종은 페널티박스로 침투한 이재성(24ㆍ전북 현대)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스페인 골망을 흔들었다. 이재성의 침착함과 주세종의 골 결정력이 돋보인 플레이였다. 이재성은 K리그에서와 같이 폭발적인 활동량을 보이며 상대 수비 진영의 틈을 파고들었다. 후반 26분 선보인 과감한 왼발 중거리 슛은 상대 명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35ㆍ포르투)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주세종과 이재성은 K리그에서 꾸준히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주세종(11경기)은 올 시즌 K리그 전 경기에 출전했고 이재성도 1경기를 제외한 10경기를 뛰었다. 손흥민과 지동원(25ㆍ아우크스부르크), 기성용, 윤석영 등 소속 클럽에서 그라운드를 자주 밟지 못한 해외파 선수들과는 경기 감각에서 차이를 보였다. 해외파 선수들이 연달아 실수를 저지른 데 반해, 주세종과 이재성은 특유의 침착함으로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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